“경력보유여성 새 출발 응원” 서울우먼업페어에 5000명 몰려 ‘성황’
2023-07-06 07:03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시가 경력보유여성 재취업 지원을 위해 최초로 개최한 ‘2023 서울우먼업 페어’에 참석해 기업 부스에서 체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는 무더위를 잊은 여성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혼자 방문한 이들, 지인·동료와 삼삼오오로 행사장을 찾은 이들, 남편이나 가족과 함께 방문한 이들 등 방문객 대부분은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들이었다.

서울시가 ‘경단녀’ 재취업 지원을 위해 3일 DDP에서 사상 처음 개최한 ‘2023 서울우먼업 페어’는 오전 11시 시작해 오후 6시 끝날 때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업들의 관심도 대단했지만, 참가자들의 구직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3040 경력보유여성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는 플래카드가 말해 주듯 이날 행사에는 3040 여성 5000여명이 몰렸다.

애플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CJ프레시웨이, 생활연구소 등 대기업부터 외국계 기업, 유망 스타트업까지 이날 행사에 참가한 기업은 총 117개. 이들 기업의 채용예정 인원은 1060여명이었지만,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인원은 그 4배가 넘었다.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끈 건 단순한 채용박람회를 넘어 3040 여성들이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1주년 첫 행보로 이날 행사를 찾아 ‘시장님과 토크쇼’ 편에 출연했다.

오 시장은 “한참 일하셔야 될 나이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내 인생이 뭔가 손해를 본다, 오히려 아이를 낳지 않았을 때보다 뭔가 불이익이 크다, 이런 느낌을 받으면 아이 낳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일자리를 다시 찾는데 최대한 도움을 드리는 정책을 하겠다고 시작된 게 바로 오늘 이 행사”라고 취지를 전했다.

이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신부터 출산 전후, 육아 전 과정의 돌봄까지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찾아서 하겠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3 서울우먼업 페어’의 ‘시장님과 토크쇼’ 편에 출연해 경력보유여성들과 소통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이날 토크쇼에 참가한 김학정씨(여·47)는 “고등학생 남자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며 “해외사업팀장으로 있다가 일을 그만둘 때 얼마든지 다시 좋은 자리에서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육아 전쟁을 몸소 겪으며 점차 사회에서 멀어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저 같은 전업 주부들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며 “시의 우먼업 지원금을 받으며 ‘응원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사회로 다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오 시장 공약에 따라 시가 올해부터 시작한 서울우먼업프로젝트는 오랜 경력 단절로 사회와 멀어진 여성에게 3개월간 구직지원금 30만원을 지원한다. 또한 이들이 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3개월 간의 인턴십 기회를 지원하고, 이들을 인턴십 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에는 3개월 간 100만원의 고용장려금을 지급한다.

시에 따르면 구직지원금 신청 개시 50여일만에 2500명 모집을 마감했고, 인턴십 참여 기업은 목표치의 2배에 이르는 등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시는 내년 구직지원금 대상자를 5000명으로 늘리고 인턴십 참여자도 올해 100명에서 내년 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서울의 경력보유여성은 약 24만명에 달하며 이 중 86%가 3040여성이다.

경력이 끊긴 이유로는 육아(42.8%), 결혼(26.3%), 임신·출산(22.7%) 순이었다. 또한 직장을 그만둔 후 재취업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7.8년으로 나타났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서울우먼업프로젝트’를 통해 15년의 경력단절을 딛고 재취업에 성공한 이선미씨(여·47)는 “처음 육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재취업까지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경력이 단절되는 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자신감도 없어져 재취업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축구선수 은퇴 후 여성을 위한 스포츠 플랫폼 위밋업스포츠를 창업한 신혜미씨(여·45)는 “신랑과 같이 대학원을 다녔는데 신랑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이 나는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더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게 진짜 나인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재취업을 앞둔 엄마들을 응원하기 위해 메이크업 시연회를 마련한 정샘물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특강에서는 많은 경력보유여성들의 심금을 울린 장면이 나왔다.


‘2023 서울우먼업 페어’에서 정샘물 대표의 메이크업 시연에 당첨된 참가자가 메이크업 후 감격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시 제공]

메이크업 시연에 당첨돼 무대에 오른 A씨(여·41)는 메이크업 완성 후 거울로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고 울먹였다. 그가 “밤새서 일하는 걸 즐기던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를 잃어버린 것 같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렇게 달라진 모습을 보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을 잇자 이를 바라보던 많은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대기업 최초 여성 CEO인 윤여순 전 LG아트센터 대표는 이날 특별강연자로 무대에 올라 “정작 나오려고 마음을 먹었더니 뒤쳐지지 않았을까, 내가 어디 취업이 돼서 나간다고 해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목을 조여올 것”이라며 “내 꿈을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그 일에 이바지하고 여기서 뭔가를 이뤄서 끝까지 달리겠다는 생각을 하시면 긴 숨으로 달릴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격려했다.

오세훈 시장은 “작년 이맘때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표현을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꿔보자고 제가 제안했는데, 이날 행사에서 자신을 경력보유여성이라고 소개하는 분들이 계셔서 역시 긍정적인 표현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경력보유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능력도 개발하고 자신감도 회복하고 성취감도 느끼면서 인간적인 자부심까지 가질 수 있도록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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