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권해원 디자이너]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출생미신고 아동에 대한 수사가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베이비박스 유기 처벌과 불법입양 문제도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출생신고되지 않은 아기를 찾는 과정에서 베이비박스에 유기하거나 불법입양을 한 부모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출생통보제 법안 통과 후에도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되는 부모를 위한 논의를 거쳐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 경찰에 지자체 협조요청이나 수사 의뢰 등으로 통보된 사건은 총 664건으로 이 중 사건 조사를 포함해 598건을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사망한 아기는 23명이다. 이 중 소재를 파악하거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종결한 사건은 66건건이다.
경찰이 조사 중인 사건 중에는 베이비박스 유기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 기준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이 조사 중인 유령 영아 사건 38건 중 24건은 베이비박스 유기 사건이다. 인천에서도 유기 사례가 발견돼 경찰은 지난 3일 경기 군포시 한 교회에서 베이비박스에 생후 이틀 된 딸을 유기한 30대 친모를 아동복지법 위반(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키울 여력이 안 되는 부모를 위해 설치한 현행법상 친부모가 아이를 충분히 양육할 수 있는 상태인데도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놓고 갔다면 유기죄가 성립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아기를 불법입양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지난 4일 충북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2016년 인터넷으로 아이를 입양보낸 30대 친모에 대한 입건 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해당 친모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돼 대가를 받지 않고 아이를 입양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출생미신고 아동이 유기되거나 불법입양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각종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어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도 시행 예정인 출생통보제의 경우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신분 노출을 피해 병원 밖 출산을 택하는 부모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의 양승원 사무국장은 “베이비박스 10%가 병원밖 출산이다”며 “형량만 높이고 강력한 출생신고를 한다면 미혼모들은 갈 곳이 없다. 베이비박스 아기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불법입양 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통보한 2015~2022년 전국 출생 미신고 아동은 2123명이다.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해당 기간 중 베이비박스 기간에 들어왔던 아기는 1418명이다.
전문가들은 미혼모 및 저소득 가정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미혼모 지원단체는 “현재 출산한 여성을 추적하고,이들을 단죄하는 식으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혼모에 대한 보호도 없고 인식이나 편견이 심한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 없이 무작정 처벌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현재 지금 의료비 지원밖에 없고, 미혼모가 상담하고 지원받을 곳이 없는데 우왕좌왕 헤매다 출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보호출산제, 출생통보제 등 출생미신고 아기를 시스템에 등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비부모에 대한 지원책도 논의해야 한다. 부모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도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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