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플라, “10곡 모두 내 이야기를 담아 직접 작사,작곡했다”
2023-07-07 13:05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1760만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린 싱어송라이터 제이플라(J.Fla, 36)가 데뷔 10년만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오랜만에 소회를 털어놨다.

지난 6월 8일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한 제이플라의 첫 정규앨범 ‘Burn The Flower’은 제이플라가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만이 담겼으며, 트랙 구성, 편곡, 프로듀싱까지 직접 총괄했다.

‘Burn The Flower’는 제이플라의 실제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자전적인 앨범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담기위해 직접 느꼈던 감정과 생각, 느낌들을 다양한 장르로 편곡해 한곡 한곡 듣고만 있어도 두 눈으로 보고 있는 듯한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앨범 제목을 왜 ‘Burn The Flower’로 지었는지부터 물었다.

“제 이름이 꽃이다. 팬 카페명도 가드너스(Gardeners)다. 내 자신의 현재건 과거건 태워보려고 했다. 제 영혼까지 불태워 나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꽃을 태우다’로 네이밍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Invisible Me’를 포함해 ‘My Childhood Dream’, ‘Telecaster’, ‘A Four-Leaf Clover’, ‘To Me’, ‘Bedroom Singer’, ‘The Hare’, ‘Before I Met You’, ‘Nineteen’, ‘Sorry I Made You Wait’까지 총 10곡이 수록됐다. “어른이 되는 게 꿈이자 목표였다”고 말하는 첫곡인 ‘My Childhood Dream’과 2번째 곡인 타이틀만 들어봐도 흥미로우면서 밀도가 꽉 차있음을 알 수 있다.

“10곡 다 나의 이야기다. 트랙도 시간순으로 배치했다. 타이틀곡은 삶이 힘들어 처음으로 음악을 포기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거울로 나를 봤는데, 내 얼굴을 보기 싫을 정도였다. 그래서 거울을 다 치웠다. 음악을 포기할 것 같은 마음이 제 얼굴에 고스란이 투영돼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노래하는 사람인데 한번만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투명해지지 않고 선명해질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징징거림과 힘든 상황, 극복의지 등을 묵직하게 담아봤다.”


이밖에도 이번 앨범에는 제이플라가 무명시절 겪었던 동화 같은 이야기와, 음악을 하기 위해 기타를 판 아이러니한 이야기,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 등 다양한 스토리들이 담겼다.

“‘A Four-Leaf Clover’는 2015년쯤 실제 겪었던 이야기다. 고속도로 옆의 작은 휴게소 콘테이너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 나도 빨리 무대에서 내려가고싶어, 급히 부르고 도망치듯 달려갔다.(페이는 없었고 사과인가 포도상자를 받았다) 그런데 나이든 여성 한 분이 나를 부르더니 코팅된 네잎 클로버를 선물로 주시면서 ‘노래 잘 들었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했다.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듣구나. 소름이 돋았고, 이 때부터 음악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 감정들을 저만의 선율에 담아 이야기 하듯 만든 곡이다. 그 다음부터 이상하게 음악 하는 일이 잘 풀렸다. 물론 네잎클로버는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Telecaster’는 내가 아끼던 기타 브랜드인데, 돈을 모아 고가의 이 기타를 샀을 때는 친구처럼 ‘팬팬(FenFen)’이라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음악 하는 게 힘들어지고,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 이 기타를 팔아야 했다. 이 기타를 음악을 하겠다는 학생에게 팔고, 3일장을 지냈다. ‘팬팬’이 있던 자리를 3주 정도 쳐다보지 못했다. 보면 눈물날까봐. 그때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EDM으로 편곡해서 극대화하고 싶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느낌으로 기타를 은유했다. 저의 강력한 추천곡이다.”

제이플라가 자신의 음악을 내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노래를 받아 가창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10곡을 작사, 작곡, 편곡을 하고 부르기까지 하는 정규앨범 작업은 녹록치 않았다.

“그동안 올리던 커버곡을 중단하기 싫었다. 하지만 두 가지중 하나는 놓아야 했다. 커버곡 보다는 내 얘기를 하고싶었다. 유튜브는 나의 ‘생활’이었지만, 제대로 정규앨범 하나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해서 전곡을 온전히 내 얘기로 한번 해보려고 했다. 나는 가사부터 쓴다. 그리고 멜로디를 기타로 붙인다. 그런 후 편곡으로 색깔이나 무드를 입히는 작업방식을 고수한다. 가사 만들기가 가장 힘들다. 이야기가 나와야 그 음율을 멜로디화할 수 있다. 멜로디는 빨리 쓸 수 있다. 편곡은 아이들에게 옷을 입혀주듯 재밌는 작업이다.”


제이플라는 가사를 쓸 때 “이렇게 쓰면 가르치는 느낌이 들까”를 걱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MBTI를 물어봤더니 “INFP”라고 한다. 성격이 세심하며, 이해력과 포용성이 뛰어나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경우 견디지 못하는 타입이다. 그는 “가사는 찾아내기 어렵지만 쉬운 단어가 좋다. 더함도 덜함도 없이 솔직히 내 얘기를 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제이플라는 2011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커버곡을 올리기 시작, 2018년 국내 최초로 개인 유튜브 구독자 수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유튜버이자 싱어송라이터이다. 최근에는 구독자 176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 개설 5년까지도 구독자가 4만명에 그쳤지만, 에드 시런의 ‘세이프 오브 유(Shape Of You)’ 커버곡 등이 터지면서 유튜브 스타가 됐다.

성실한 업로드와, 청아하면서도 뛰어난 보컬을 바탕으로 커버곡을 자신의 색깔로 소화해내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세이프 오브 유’의 커버곡 조회수는 3억3천여회, 루이스 폰시의 ‘데시파시토(Despacito)’ 커버곡은 2억1천여회에 달하며, 체인스모커의 ‘돈 렛 미 다운(Don‘t Let Me Down) 커버곡 등 1억뷰가 넘는 곡만도 여러 개가 있다.

제이플라가 유튜브상에서 노래할 때를 보면, 포니 테일을 하고 약간 옆으로 서서 노래하는 모습이 멋있다. 이 앵글은 철저하게 기획, 연출된 것인지 궁금했다.

“카메라를 보고 노래를 하면 신경이 쓰인다. 노래 부를 때 얼굴도 찡그리는 편이다. 그레서 노래에 집중하려고 카메라를 보지 말고 옆모습으로 찍었다. 너무 얼굴이 안보이면 안되니까 옆으로 해서 두 눈 정도는 보이게 했다. (예쁘다고 반응에 대해서는) 나는 몰랐다.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제이플라의 유튜브에 빠지게 되는 것은 노래 실력이다. 일반적인 팝 외에도 힙합, EDM, 소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신만의 것으로 해석해 거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원곡자들이 제이플라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정도다. 제이플라는 “INFP”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디테일한 감성의 소유자다. 아델의 음악을 한국에서 듣는 것과 영국에서 들으면 다르다고 한다. 이런 세세한 감성은 그의 창작 활동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원곡자의 에드 시런 소속사의 컨펌(허락)을 받으려고 했는데, 애드 시런 측으로부터 자신의 ‘세이프 오브 유’를 부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답변을 그래미측을 통해 전달받았다. 또 EDM 스타인 DJ 앨런 워커와, DJ이자 음악프로듀서인 마시 멜로, 가수 앤 마리 등도 제가 부른 커버곡을 잘 들었다는 인사를 나에게 해왔다.”

제이플라는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한 게 아니다. 음악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유튜버로서의 활동 초기에는 커버송 수익은 100% 원곡자에게 갔다. 하지만 이제 법이 바뀌어 오리지널뿐 아니라, 커버곡 가창자에게도 수익의 일부가 돌아간다. 제이플라는 “그래도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제이플라의 가창이 인기를 끌자 국내 4대 게임회사들이 모두 그에게 음악작업 제의를 해왔지만, 게임 세계관과 노래 스타일 등이 자신에게 맞는 스마일게이트의 포인트 테마송 한 곡만을 불렀다. UN 공익 캠페인은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제이플라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영국의 레이블과 동행을 종료하고, 1년전 GOODSEN(굳센)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행보도 확장하고 있다.

“유튜브로서 제가 커브곡 업로드를 시작해 1위를 찍었으니, 오리지널곡으로도 한번 도전해보고싶었다. 물론 음악은 승패가 없고 정답도 없다. 개인의 취향이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또 도전할 것이다. 지도 없이 사막을 걷다가 유튜브라는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그 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목 마르지 않고 달콤함까지 있어 좋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오아시스는 목적지가 아니었다. 더 멋진 곡을 향해 오로라를 보러 간다. 혼자 가는 게 아니라 팬분들과 같이 가고싶다. 2년간 유튜브를 포기하고, 내 노래에 매달렸다. 그 전에는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불렀고, 이제는 저의 이야기가 담긴 저의 노래를 부른다. 팬들은 이런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차근차근 사막을 걸으며, 팬분에게 오로라를 보여드리고 싶다. 꼭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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