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공수사권 검토’ 언급 반년 만에 합동수사 꺼낸 국정원
2023-07-14 14:2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국가정보원을 찾아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받기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부터 경찰로 이관되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지난 1월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발언한 지 6개월 만에 국정원이 ‘합동수사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시행령 제정에 나섰다.

14일 관보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12일 대통령령인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 규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제정안은 ▷국정원이 법령상 직무 범위 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방식 열거 ▷안보범죄 등 대응업무의 원활한 수행과 협조 체제 유지를 위한 유관기관 협의회 설치 ▷합동수사기구 참여 등 각급 수사기관과 협력 등을 골자로 한다. 또한 보안대책 및 결과 처리의 통보, 안보범죄 등에 효율적 대응을 위한 교육 및 필요한 경우 국정원에 위탁교육 의뢰 등 내용도 담겼다.

제정안은 다음 달 21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후 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공포된다. 제정안이 공포·시행되면 국정원은 대공수사와 관련한 합동수사기구에 참여와 협력이 가능해진다. 올해까진 국정원 자체 대공수사가 가능하지만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는 내년부터는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경찰 수사에 정보 지원이나 조사 등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윤 대통령은 그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지도부 오찬에서도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과 관련 “해외의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할 여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금희 국민의힘 전 수석대변인도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대공 수사는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고 이번에 간첩단 사건에서 보시다시피 캄보디아나 해외에 나가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보니 해외수사가 같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대공수사권 이양에 관한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모았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헤럴드DB]

현재 국정원은 별도 수사권이 없는 마약, 테러, 방첩 등 범죄의 경우, 검경 수사에 대한 정보 지원과 조사 등 업무를 통해 합동수사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국정원은 올해 12월 31일까지 검경과 함께 대공 합동수사단을 운영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함께 내·수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번 시행령 제정으로 국정원이 내년에도 대공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합동수사기구 내 경찰 대공수사의 단초가 되는 정보를 국정원이 지원·공유하는 식으로 운영된다면 사실상 수사 개시 단계부터 국정원이 관여하는 셈이 된다.

다만 국정원은 이번 입법예고에 대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와 관련한 후속 조치”라며 “국가안보 공백 방지를 위해 국가정보원법상 확인·견제·차단 등 대응 조치권을 구체화하고, 수사 기관을 포함한 각급 국가기관과 정보 공유 및 협력 등을 규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정원이 지닌 대공수사권은 내년 1월 경찰로 넘어간다. 국회는 지난 2020년 12월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과 인권 침해 방지 등을 이유로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를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도록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개정안은 대공수사관 이관 과정의 공백과 혼란 방지를 위해 2024년 1월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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