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 우성1’ 아파트 모습. [네이버 부동산 갤러리]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월 임대료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거래는 통상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 경기도, 충북 등 비(比)서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임대차 계약이 체결돼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시세대비 수십배 높은 월세에 실거래가 단순 오기 또는 부모와 자식,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간 거래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6월동안 체결된 월세 1000만원 이상 전국 아파트 임대차 계약 93건 중 서울 외 지역의 아파트 사례는 2건 뿐이다. 경기도와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대형 아파트가 월세 1000만원 초반대에 계약이 이뤄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 우성1’ 전용 129㎡는 지난 2월 4일 보증금 6억5000만원에 월세 1200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고 신고됐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거래된 같은 타입 월세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다. 월세 1200만원 거래와 같은 날 이뤄졌던 다른 거래는 보증금 6억원에 월세 39만원(갱신)이었고, 같은 달 14일에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30만원(신규) 수준이었다. 3월에 체결된 거래 또한 보증금 7억원에 월세 33만원(신규)이었다. 1200만원 월세거래는 계약기간 및 신규·갱신 여부 등이 표기돼 있지 않다.

상록마을 우성1은 지난 1994년 준공된 구축 아파트로 현재 재건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로 30년차를 맞은 아파트 월세가 1200만원으로 거래 신고되면서 다양한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마을 우성1’ 전용 129㎡(위)는 지난 2월 4일 보증금 6억5000만원에 월세 1200만원으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영지웰시티1차’ 전용 124㎡(아래)는 지난 4월 25일 보증금 500만원, 월세 1145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고 신고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상거래라면 그런 가격일 수가 없다”며 “120만원을 1200만원으로 잘못 신고하지 않은 이상 가격이 정말 이상하긴 하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 신고시 가격을 오기했을 때 이를 취소하고 재신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1200만원 월세거래의 경우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가격 오기가 아니라면 부모 소유 아파트를 자식에게 싸게 내놓는 증여성 매매거래와 반대로 오히려 자식 소유 아파트에 부모가 비싸게 세를 들어사는 임대차 계약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세무사는 “월세거래의 경우 엄밀히 따지면 자산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증여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부모가 자식의 아파트 세입자로 들어가 자금의 원천을 마련해주는 경우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또한 “이런 경우는 월세로 사는 사람이 부모이고, 아파트는 자식 소유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높게 월세를 주면 차액에 대해선 증여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영지웰시티1차’ 아파트 모습. [네이버지도 거리뷰 갈무리]

상록마을 우성1 외에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영지웰시티1차’ 전용 124㎡는 지난 4월 25일 보증금 500만원, 월세 1145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4월부터 9월까지의 단기계약이긴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월세가 많이 높다. 같은 달 다른 월세거래는 보증금 1억7000만원에 월세 120만원, 가장 최근 월세거래는 지난 5월 말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95만원에 체결됐다.

세무사는 “분당 아파트 사례보다도 더 이상하다”며 “보증금이 월세보다 작다는 건 세입자가 한 달치 월세를 내지 못해도 보증금이 월세를 보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족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이지 남이라면 이렇게 계약 못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증금이 매우 저렴하고 단기계약이기 때문에 가능한 월세라는 시각도 있다. 고 대표는 “보증금을 낮게 받았기 때문에 월세를 그런 식으로 높게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