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애들레이드=함영훈 기자] FIFA 여자월드컵 축구대회가 날이 갈수록 열전을 거듭하며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우리 한국인에게 호주의 여러 개최지 멜버른, 브리즈번, 시드니, 서호주의 거점 퍼스는 귀에 익는데, 남호주의 거점도시인 애들레이드는 여전히 생소하다.
30일 두터운 구름을 뚫고, 찬란하게 떠오르는 마운트 로프티 하우스의 아침 태양
그랜드캐니언을 닮은 할렛코브
한국 대표팀은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모코로와의 경기를 30일 오후 1시30분, 사우스 오스트랄리아(남호주)주의 주도 애들레이드 보타닉 가든 동쪽 2㎞ 지점 쿠퍼스,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애들레이드는 남호주주 동쪽, 남극을 마주하는 세인트빈센트 만에 있고, 동편에 이웃하는 빅토리아주 서쪽에는 호주여행 버킷리스트 그레이트오션로드가 있다. 호주가 워낙 큰 섬, 즉 하나의 ‘대륙’이라 인접한 광역단체라도 애들레이드와 그레이트오션로드의 거리는 부산~신의주(700km)쯤 된다.
애들레이드에서 출발해 그레이트 오션로드, 질롱을 거쳐 멜버른 및 필립섬에 이르는 900km의 해안도로는 세계 최고의 바다풍경을 선사한다.
애들레이드 자유도시의 큰 그림을 설계한 라이트 대령의 “저곳을 도시 중심부로 삼으라”라는 뜻의 동상 포즈
애들레이드 FIFA 여자월드컵 축구대회 팬 페스티벌 장소의 축구게임
애들레이드는 도시형성 과정이 독특하다. 시드니는 영국 식민지 개척의 첫 지역이자 본국 유배자들의 첫 터전으로서, 멜버른은 호주 ‘골드러시’ 국부 창출의 시발점로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비해, 애들레이드는 후발 도시이고 영국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 호주 내 첫 자치도시였다는 점, 철저한 계획 도시였다는 점, 자치 도시 였기에 원주민과 다양한 출신의 이민자들이 공존하는 다문화 존중의 역사가 길다는 점 등에서 다르다.
‘살기좋은 도시’ 글로벌 평가(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2021)에서 스위스와 호주의 경쟁도시를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랐을 정도로 생활의 편의성, 청정 바다와 초록색 내륙의 조화, 상호존중의 마음 등이 골고루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대도시에 비해 때묻지 않 은 순수함, 거리낌 없이 새로운 땅을 개척하면서 얻는 지혜가 돋보인다. 와이너리 주인 벤(Ben)도, 남호주 최고의 레스토랑 홀 매니저 아이마(Alma)도, 호주에선 미슐랭 보다 더 권위있는 ‘3Hat’ 보유자 저스틴 제임스 감독 셰프도 그랬다,
저스틴 제임스(왼쪽)은 참으로 친절하고, 자기 일에 열정적인 호주 최고의 셰프이다.
애들레이드의 면적은 서울의 3배인데, 인구는 오히려 8분의1(125만)에 불과한 여유로운 생활환경도 좋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상대방을 존중하는 습성이 몸에 뱄기 때문에 인심이 좋다.
애들레이드는 호주 횡단 철도의 출발점으로서, 교통 요지이다. 이름은 19세기 영국 국왕 윌리엄 4세의 왕비 애들레이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오스트레일리아 각 주의 주도 중 다섯 번째 규모로, 문화와 예술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도시를 건설할 지, 내륙을 도심으로 할 지 논란이 많던 차에, 잉글랜드 출신 남호주주 국토측량국장 윌리엄 라이트 대령이 바다 근접지역 보다는 바다로부터 10km가량 떨어진 토렌스강을 중심 삼아 물걱정 없는 생활 터전을 우선시하면서, ‘도시건설 바다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바다와 이어지는 도로, 공원정비가 이어졌다.
애들레이드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 교회당, 필그림 교회
도시 발전 초기 단계부터 모든 이민자들이 종교,출신지 등 차별을 받지 않았고, 시민 기본권을 가질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언덕에 사는 일반 시민들이 부자들이 많이 유료 직관하는 클리켓 경기를 높은데서 공짜로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경기장 주변에 나무를 심은 것이 유일한 계층 이기주의의 역사로 남아있다.
이 언덕에는 “저기에 도심을 건설하라”고 손짓하는 포즈의 라이트 대령의 동상이 서 있다. 그래서 애들레이드는 호주 대도시 중 본국 죄수들의 유배 도시라는 오명을 듣지 않는 유일한 도시이다.
대형 스타디움을 등정하라! 애들레이드만의 오발 스타디움 클라이밍
애들레이드 중앙시장에 더해진 코리아나마트 입구
애들레이드가 생산적 활동에서 다른 대도시를 앞설수 있었던 것은 차별없이 각 국 출신 이미자들의 노하우를 잘 수용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은 와인이다. 식생 조건이 비슷하건만, 남호주 주는 다양한 협업과 노하우 공유 속에 호주전체와인의 64%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괴산군, 미국의 오스틴 등과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대체로 친하게 지내는 외국 도시들은 청정생태이거나, 지혜로운 생활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눈길이 간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