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 100년만의 해후…최재형·최 엘레나 부부, 서울현충원 합장
2023-08-01 11:32


국가보훈부는 1일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순국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륵과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봉환해 오는 14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부부 합장식을 거행한다고 밝혔다. 최재형 선생과 최 엘레나 여사의 옛날 사진을 AI로 복원한 모습. [국가보훈부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과 부인 최 엘레나 여사가 순국 100년 만에 해후한다.

국가보훈부는 1일 “최재형 선생 순국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흙과 70여 년 간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묻혀 있던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모셔와 원래 최재형 선생 묘가 있던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 자리에 합장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최재형 선생 묘는 1970년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에 조성됐지만 이른바 ‘가짜 유족 사건’으로 멸실돼 빈터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후 유족들은 복원을 희망해왔지만 최재형 선생이 1920년 4월 일본군에 의해 순국한 이후 유해를 찾지 못해 유골이나 시신을 안장하도록 규정한 국립묘지법으로 인해 복원할 수 없었다.

이에 보훈부는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의 위패와 배우자 유골을 합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지난 1월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6월 국회 통과와 지난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됐다.

이에 따라 최재형 선생을 최 엘레나 여사와 함께 국립묘지에 합장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

최재형 선생은 1860년 함경북도 경원에서 출생했으며 9세 때 부모를 따라 시베리아 연해주로 이주해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뒤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이를 조국독립과 수십만명에 달하는 시베리아 이주동포들을 위해 사용했다.

러일전쟁 이후 국외 항일조직인 동의회(同義會)를 조직하고 총재를 맡아 항일의병투쟁을 전개했으며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대동공보(大東共報)를 인수해 재창간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기사를 게재했으며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과 한인사회에 대한 기여로 ‘시베리아 동포의 대은인(大恩人)’으로 추앙받았다.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는 3남 최 발렌틴과 5녀 최 올가의 회고에 따르면 1897년경 최재형 선생과 결혼한 이후 8명의 자녀를 낳고 선생의 독립운동을 내조했다.

안중근 의사 순국 이후 남은 가족들을 보살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재형 선생 순국 이후에는 자녀들과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다 1952년 사망했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보훈부는 최재형기념사업회와 함께 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유해 수습 등 준비 절차에 돌입해 오는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할 예정이다.

또 최재형 선생이 순국한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최재형 선생 기념관(구 최재형 선생 고택) 뒤편 언덕에서 채취한 흙을 11일 국내 반입해 부부를 최고의 예우로 국립묘지에 안장하기로 했다.

최 엘레나 여사 유해 봉환 과정에는 지난달 의회 의교 차원에서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협조 요청과 대사관을 비롯해 기념사업회의 대국민 모금운동과 LG유플러스 후원 등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됐다.

부부 합장식은 제78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는 14일 ‘백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 슬로건으로 거행된다.

보훈부는 12~13일 서울현충원 현충관에 국민추모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추모·참배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최재형 선생 순국 100여년 만에 순국 추정지의 흙과 배우자인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대한민국으로 모셔와 서울현충원에 부부합장묘를 만들게 돼 뜻깊다”며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 바쳤으나 유해마저 찾을 수 없었던 순국선열을 단 한분도 소홀함 없이 예우하는 일류보훈을 실현하는 첫걸음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순국선열을 예우하는데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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