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보다 현장 우선”…尹, ‘카눈’ 상륙 첫날 중대본 회의 주재 안 한 이유
2023-08-10 15:3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태풍 ‘카눈’ 대비 긴급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난 관리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번 태풍 대응 과정에서 무엇보다 ‘현장 상황 대응’을 최우선으로 재난 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경남 거제 부근을 시작으로 한반도에 상륙하기 직전 오전 8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따로 주재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열린 중대본 회의는 중대본부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재했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전면에 나서 주재하지 않은 이유는 ‘현장 대응’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평소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현장 상황 대응이 중요한 시점에서 대통령 보고를 위해 현장 지휘 책임자가 서울까지 올라오는 것은 오히려 대응 역량 낭비라는 것이다.


10일 오전 태풍 카눈 북상으로 세종시 금남면 부용리에서 토사가 유출돼 경찰관이 현장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실전 상황이 되면 각 지휘관들이 임석해서 현장을 통제하고 지휘해야 되기 때문에 이걸 회의를 해서 다 불러놓는 것 자체가 현장 대응에 지장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하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통령한테 보고하기 위해서 보고 자료를 준비하다 보면 현장을 못 다니기 때문에, 일단은 자신의 위치 안에서 현장을 지키는 게 먼저”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지자체나 소방·경찰, 산림청 등 유관기관들이 대응에 정신없는 상황에서 중앙부처나 중대본이 대통령 주재 회의를 하는 상황은 사실 대응 역량을 소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도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정에 보충성의 원칙이라는 하나의 이론이 있는데, 재난 시에 가장 중요한 것이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지자체, 경찰, 소방관들이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거기에서 뭔가 조금 부족할 때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도와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그러면서 “만약에 중앙정부가 나서도 조금 부족한 것이 있으면 그때 대통령실이 나서서 전반적으로 국가 총력전을 벌여야 되는 것”이라며 “그런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도 저희가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자정을 지나 이날 새벽에도 전화나 서면 등으로 태풍 관련 실시간 보고를 받으며 태풍 대응에 주력했다. 현재 대통령실은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중대본과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태풍 대응에 나서는 등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오후 대통령실 참모들과 한덕수 국무총리 및 17개 부처 장관 등과 함께 카눈 대비 상황 점검 긴급회의를 진행하는 한편, 전날엔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우리 정부의 재난 대응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철저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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