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상병 순직’ 수사 수렁으로…‘진실 열쇠’ 쥔 해병대사령관은 침묵
2023-08-11 10:11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를 조사했다 ‘집단항명 수괴’ 등의 혐의로 수사대상이 되고 보직해임된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11일 수사과정에서 수사외압과 부당지시가 있었다며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오상현 기자]

[헤럴드경제=신대원·오상현 기자] 故 채수근 상병의 안타까운 사망 이후 진상규명마저 수렁에 빠진 모습이다.

사건을 조사했던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오히려 ‘집단항명 수괴’ 등의 혐의로 수사대상이 되고 보직해임된 가운데 국방부보다 ‘윗선’이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박 대령 측과 국방부가 사건서류 경찰 이첩 시기 조정과 수정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중간에서 교통정리했어야 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침묵하고 있다.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 출석이 예정된 11일 오전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수사과정에서 국방부로부터 수사외압과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며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거부하고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요구했다.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사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며 “이에 수십 차례 해병대사령관에게 적법하게 처리할 것을 건의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며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면서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박 대령 측은 법무관리관을 비롯해 국방부로부터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지시권자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지시를 일방적으로 할 수 있겠느냐”며 “군사법원법상 여러 가지 이첩 방법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법무관리관이 주어진 권한과 역할에 따라 경찰에 이첩하면서 죄명을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하거나 공문처리, 또는 경찰과 협조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날 채 사건 수사과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해병대사령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진행경과’에서 법무관리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3시 18분께 전화를 걸어와 ‘사건인계서’를 국방메일로 보내라면서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과실치사혐의 제목을 빼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관리관이 지난 1일 다시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내가 혐의자와 혐의내용을 빼라고 하지 않았느냐. 업무상과실치사 죄명도 빼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당시 김 사령관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언성이 높아지면서 민망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령은 또 김 사령관이 국가안보실 김형래 해병대 대령에게 사건개요와 임 사단장 등 8명을 경찰로 이첩하는 내용의 수사결과 등이 포함된 ‘언론브리핑 자료’를 보내주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대령은 국방부 압박에 따라 사건서류를 변경할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하고, 언론에 노출될 경우 대통령실이 정치적·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며, 야당의 공세와 함께 유족의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우려를 김 사령관에게 전달했다고도 했다.

박 대령 측은 국방부 검찰단이 채 상병 사건서류 경찰 이첩과 관련해 강요미수,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용서류무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면담강요 등 중대한 범죄행위에 깊이 연루돼 있다며 조만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고발한다는 방침이다.박 대령과 국방부가 이처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작 ‘진실의 키’를 쥐고 있는 김 사령관은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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