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는 지금 ‘비만치료제’ 열풍
2023-08-11 11:12


전 세계가 ‘살 빼는 약’, 비만치료제 열풍에 휩싸였다. 고가의 치료제이지만, 이미 공급이 허덕일 만큼 인기다. 여기에 보험 적용에 따른 가격 인하 가능성까지 나오자 주식시장에서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이 하루에만 80조원 이상 급등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비만치료제 판매가 예정돼 있고, 국내 제약사들도 앞다퉈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비만치료제 신드롬’의 국내 상륙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대표 제품이다.

노보노디스크가 릴리보다 앞서 비만치료제를 개발했다. 삭센다로 비만치료제 시장 포문을 열었다면, 위고비는 투약횟수를 주 1회로 줄여 편의성을 높였다. 노보노디스크가 비만치료제 강자로 급부상한 것도 바로 위고비의 폭발적 인기 때문이다. 킴 카다시안,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의 다이어트 약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릴리의 마운자로는 위고비에서 한층 체중 감량 효과를 높였다. 주 1회 주사로 투약하는 마운자로는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평균 22%에 달하는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당뇨병 완화 효과까지 확인, 시장에선 마운자로를 ‘게임체인저’로 평가하며, 올해 매출을 약 30억달러까지 전망하고 있다.

최근 또다시 비만치료제 시장이 주목받는 건 바로 보험 적용 여부 때문이다. 최근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이지만 당뇨병은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위고비를 복용한 그룹이 위약(플라시보)를 먹은 환자들보다 심혈관 질환에 20% 덜 걸렸다고 발표했다. 다이어트 약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현재 비만치료제는 미국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체중 감량이 아닌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약물로 인정받으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의 걸림돌은 비싼 약값이었다. 미국에서 위고비를 한 달 가량 복용하면 약값이 약 200만원, 1년을 복용하면 2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마운자로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고가에도 공급이 부족한 실정인데, 보험 적용을 받아 가격까지 인하되면 말 그대로 폭발적 성장이 예견된다.

이지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심혈관 질환에 대한 효용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광범위한 보험이 적용된다면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이번 임상 결과는 전체 비만 신약 시장 성장에 중요한 데이터”라고 평가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와 위고비는 이미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르면 올해 후반기 내 공식 판매된다. 릴리의 마운자로도 당뇨병 신약으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 내년 상반기께 국내 판매될 전망이다.

비만치료제 국내 판매가 임박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비만치료제 개발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현재 유한양행은 식욕 억제 호르몬을 활용한 비만 신약을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은 마운자로와 같은 식욕 억제 기능을 가진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뉴로보는 미국 당뇨학회에서 전임상 연구 데이터를 발표하며 개발 중인 ‘DA-1726’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펩트론, 올릭스 등이 비만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 시장조사업체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28억달러(약 4조원)에서 2028년에는 167억달러(약 23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전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비만치료제는 가장 뜨거운 감자”라며 “비만치료제 개발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의 시장 평가가 확연히 엇갈리고 있어 업체들의 사활 건 경쟁이 이어질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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