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둘째주(7일~11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 고유의 영역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서로 간의 영역 장벽을 허무는 모습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기관 전용 PEF 운용사가 자산운용사를 설립해 헤지펀드 영역에 진출하거나, 반대로 자산운용사가 기관 전용 펀드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PE 영역에 진출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다.
11일 IB업계에 따르면 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계열사 IMM자산운용을 설립하고 일반 사모펀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로써 IMM인베스트먼트는 기존의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IMM자산운용을 통해 자산관리(WM), 퇴직연금 등 개인투자자 영역으로 투자기회를 발굴해나간다는 전략이다.
IMM인베스트먼트가 일반 사모펀드 부문까지 투자영역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고액자산가·패밀리오피스 시장 성장세가 커짐에 따라 ‘슈퍼리치’를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엔 중소·중견 기업들 사이에서 ‘승계 이슈’로 인한 오너 엑시트(Exit·투자금회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돋보인다. 일례로 PE 입장에선 기관 전용 펀드로 기업에 투자하고, 엑시트한 기존 오너를 개인 투자자로 유입해 또 다른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형 증권사들도 이 같은 역량을 강화해나가는 추세다. 삼성증권은 오랫동안 자산관리 분야에서 쌓아온 회사 경쟁력을 활용해 IB본부 차원에서 PI(자기자본투자) 부서가 고액자산가와 공동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이나 부동산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한 대형 자산운용사가 PE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지난달 독립적으로 전문화된 기관 전용 PEF 전문 운용사 케이와이PE를 분할해 설립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은 최근 SK팜테코 프리IPO 딜에서도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이번 거래에서 IMM PE와 스톤브릿지캐피탈, 코스톤아시아 등 정통 PE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따냈기 때문이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5대 대형증권사 중에선 유일하게 일반인 대상 사모펀드 운용사업에 직접 진출을 선언했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은 증권사가 아닌 자산운용사가 담당한다.
앞서 NH투자증권이 2017년 증권사 최초로 사모펀드 운용사업에 진출했으나 2019년 관련 사업부를 NH헤지자산운용으로 분리독립시켰다. 한국투자증권도 기존 한국투자신탁운용을 통해 일반 사모투자를 담당해왔는데 이번에 일반 사모투자업을 직접 취급하기로 하면서 관련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이처럼 IB 업계 내에서 각 투자 영역 장벽을 허무는 모습은 지난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사모펀드는 운용 목적에 따라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 펀드로 구분했으나, 개정법은 투자자 유형에 따라 일반과 기관 전용 사모펀드로 분류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에서 제외된 중견 출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하우스들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된 배경이다.
앞으로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투자기회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시장에서 메자닌 투자, 사모대출 등 다양한 투자 전략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사업영역을 확장한 각 하우스들의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 기자
awar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