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6년 5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관광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중 국제여객선 여객운송이 재개된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되면서 여행·호텔업계, 항공업계가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중국이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6년여만에 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했다.
여행·호텔업체들은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겨냥해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모두투어는 호텔, 쇼핑센터, 식당 등 국내 관광 인프라를 점검하고 중국어 가이드를 더 확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해 지역 특화 여행상품도 개발 중이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카지노 직원 400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또 그랜드 하얏트 제주 14개 전체 식음업장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중국어(간체자, 번체자)로 주문할 수 있도록 테이블 오더링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한편, 관광객들이 밤 시간을 더 즐길 수 있도록 일부 업장의 운영 시간을 자정 이후로 연장했다.
파라다이스도 고객 유치를 위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K-컬처 이벤트를 개최한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기업간 거래(B2B) 단계에서 수요를 진작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의 경우 판촉 조직에 중국인 직원을 배치하는 등 친(親)유커 정책을 수립한다.
호텔신라도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중국 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다.
여행업계에서는 지난 6년여간 중국인의 단체관광이 제한된 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업계의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인프라 마련에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팬데믹 시기 중저가 호텔이 많이 폐업했고 단체 손님을 받을 식당 다수가 문을 닫은 데다, 대형면허를 소지한 기사들의 전직으로 당장 운행할 전세버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를 언급하며 "중국 단체관광객이 오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손님을 맞을 준비가 잘 됐는지가 문제"라며 "여행업계가 마케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업계는 유커 단체여행 수요와 함께 한국인의 중국 관광 수요가 언제, 얼마나 회복되는지를 면밀히 살펴 단계적으로 좌석 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국적 항공사들은 국토교통부에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증편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 변경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하계 운항 기간 일부 중국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보다는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더 적극적으로 증편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지난 9일부터 오는 10월 28일까지 인천∼샤먼 노선을 운항하지 않는다.
중국 노선 증편 계획에 대해 대한항공은 “수요 회복세에 맞춰 단계적인 공급 증대 예정이지만, 운항 허가 등 준비 시간을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달 기준 중국 노선에서 주당 121회로 국적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현재 중국 노선에서 주당 85회를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도 즉각 증편을 신청할 계획은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6일부터 김포∼베이징 노선을, 지난달 8일부터 인천∼선전 노선을 각각 중단한 상태다. 이는 10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 증편 등 탄력적 운영을 할 예정"이라며 "수요가 확보되면 비행기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중국 대신 일본과 동남아시아 노선에 집중하던 LCC들은 수요 회복세를 살피면서 공급 확대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LCC 중 가장 많은 중국 노선을 운항하는 제주항공은 선제적으로 중국 노선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외국인의 한국 여행(인바운드) 수요가 높은 제주∼베이징 노선에 신규 취항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아직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항공기 기단 규모가 85% 수준으로 당장 공급 확대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하반기부터 차세대 항공기 B737-8을 도입해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진에어는 하반기 제주∼시안 노선을 재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에어서울도 오는 10월께 취항을 고려하던 홍콩과 산둥반도 등 중국 노선 취항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만들어 국내 항공업계에 제안하면 공급 확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항공사들이 실제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지를 지켜본 뒤 증편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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