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도 교권침해 못 박는다
2023-08-14 14:01


지난 12일 서울 종각역 인근 도로에서 열린 제4차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한 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참여한 교사 등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교육부가 ‘악성 민원’을 교권 침해 유형의 한 종류로 포함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 악성 민원으로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한 조치를 추가해 악성 민원 발생을 예방한다는 취지다.

14일 교육부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간사)과 함께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고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공개했다. 시안은 ▷교원-학부모 소통 관계 개선 ▷교권-학생 인권 균형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3가지 측면에서 마련됐다.

우선 교원-학부모 소통 관계 개선 일환으로 교육활동 방해로 인정되는 민원을 침해 유형으로 신설해 학부모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 관련 유형 신설을 추진한다. 정당하지 않은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거나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유형으로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는 정당한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해 ▷형법상 공무방해죄 또는 업무방해로 교육활동 방해 행위 ▷교원에 성적 굴욕감·혐오감 느끼게 하는 행위 ▷교육활동 반복적 부당 간섭 ▷교원 영상·화상·음성 등을 촬영·녹화·합성해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 ▷그밖에 학교장이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하다고 판단하는 행위가 교육활동침해 행위로 규정된다.

악성 민원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인정될 경우 학부모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해서만 학교 봉사, 사회 봉사,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 총 7개 조치가 규정돼있다. 학부모에 대한 직접 조치는 없다. 다만 학생이 특별교육·심리치료를 받게 될 경우 보호자가 동석이 원칙이며, 정당한 사유 없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간접 조치하고 있다.

민원창구 일원화를 위해 학교장 직속 민원대응팀 구성도 추진한다. 교원에게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이나 업무 시간 이외 민원 답변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한다. 아울러 교내 개방형 민원인 면담실 마련, 학교 누리집 통한 온라인 민원 접수·처리, 민간 앱과 시도 자체 개발 앱(애플리케이션) 활용한 방문 및 상담 사전 신청 등을 지원한다. 교사-학부모 소통 단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학교 상담주관, 공개 수업 내실화, 학교장-학부모 소통 활성화, 학교생활 안내 자료집 보급도 추진한다.

다음으로는 교권-학생 인권 균형 강화 추진이다. 조만간 발표될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바탕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한다. 고시안에는 학교 구성원의 책무, 지도 범위, 지도 방식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지도 방식의 경우 반성문, 상벌점제, 문제 행동 시 교실 퇴실 및 공간 분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대책도 발표했다. 중대한 교권 침해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교권 침해 대응 조치 강화를 위해 교육활동 침해 조치 사항 7가지 중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중대한 침해 조치’로 규정할 방침이다. 아동학대 신고 대응력 강화 대책도 마련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교원이 생활지도 중 고의 또한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관련 아동학대 신고로 조사·수사 시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임용권자의 직위해제 요건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도록 한다.

이밖에 ▷교육활동 침해 학생 즉시 분리 및 필요 시 우선 조치 ▷분리 학생 학습권 보장 방안 마련 ▷교원배상책임보험 표준 모델 개발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시도교육지원청으로 이관 ▷교원치유지원센터를 교원활동보호센터로 개편 등도 시안으로 포함됐다.

장상윤 교육부차관은 “교권 회복을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삼아 앞으로 학생, 학부모, 교원이 상호 존중되는 모두의 학교를 만들어 가겠다”며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에 대한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8월 중에 최종안을 발표하고, 국회 입법과정에도 적극 참여해 학교 현장에서 교권 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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