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를 위해 3국의 대통령들이 17일(각 현지시간) 나란히 캠프데이비드행 비행기를 탔다. 이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며 환송객에게 손을 흔드는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과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오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미국으로 출발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캠프데이비드는 메릴랜드주 캐탁틴 산맥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의 별장이다. [연합·AP]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에 도착했다.

18일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3국 간 협력 수준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3국 간 ‘동맹’이란 표현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선 ‘사실상 준동맹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께 공군 1호기 편으로 미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 둘째 날인 18일 워싱턴DC 인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별도의 한미·한일 양자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한 후, 3국 간 협력 수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 등 두 건의 공동문건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의와 관련해 한일관계와 3국 간 안보 협력이 더욱 진전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역시 증대되는 등 외교적으로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한미일은 지역 안보 차원, 특히 북한에 대한 공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지역 안보뿐 아니라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겠다는 것”이라며 “흥미로운 부분은 과거에는 한미일이 아닌 미국과 일본 사이에만 이뤄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일이 경제안보나 기후위기 등 공동으로 위협이 되는 사안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사이가 됐다는 건 사실상 글로벌 차원의 협력 파트너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굉장히 진전된 안보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11월 프놈펜 선언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액션 플랜들, 그리고 협의체와 나아가서 제도화까지 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며 “그 제도화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집행력을 가지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한미일 정상회의를 1년에 한 번씩 한다는 식으로 명문화되면 제도화로 볼 수 있다”면서 “구속력은 없더라도 명문화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상황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캠프 데이비드라는 장소의 상징성이 한일 간의 ‘화해 무드’ 조성 기능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바이든 미 대통령이 최근 거듭해서 “한일은 화해했다”며 3국 간 협력 강화를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부각하는 대목과도 맞닿아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사에 얽매였던 한국과 일본이란 두 나라가 캠프 데이비드라는 미국 외교의 살아있는 역사적 장소에서 만난다는 점, ‘캠프 데이비드 정신과 원칙’을 통해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점 등에서 캠프 데이비드가 과거사를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선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의 관계가 대중 견제를 위한 사실상 ‘준동맹’ 수준으로 격상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제협력정치 분야 전문가인 이성우 경기연구원 균형발전연구실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일관계 강화를 준동맹급으로 끌어올려서 군사를 제외한 경제와 기술 혁신에 있어 협력관계를 이끌고, 대중 압박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앞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맹이라고 하면 동맹체결자의 일방이 공격당했을 때 자동적으로 다른 일방이 참전하게 되는 관계를 의미하는 데 한일 관계는 그런 동맹관계가 아니다”며 “3각 안보협력체제라고 얘기할 수 있어도 3각 한미일 동맹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전 브리핑을 통해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의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결국 3국 협력체제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하는 의미를 지닌다”며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의를 기점으로 한미일은 그간 북한 위협에 초점을 둔 한반도 역내 공조에서 인도 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 평화, 번영을 구축하는데 기여하는 범지역적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앞서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구심점이 될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 안보·경제 협력의 역사를 2023년 8월 18일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