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개인톡 ‘금지된 대화창’이 열렸습니다
2023-08-21 11:02


스타와의 ‘1대1 대화’는 신기하고 기묘한 세계다.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좋아하는 스타와 소통하는 ‘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는 2020년 버블이 처음 시작한 이후 4년 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왼쪽부터 버블, 위버스 DM, 프롬. [각사 제공]

지난 2020년, 팬덤 사회에서 ‘꿈’에서나 가능한, 희귀한 일이 ‘현실’이 됐다. 국내 최초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버블’이 태동한 것이다. SM의 팬클럽 회원 대상 ‘이벤트’로 시작한 채팅 서비스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안착했다. ‘오빠부대’가 처음 생겨난 그 시절부터 K-팝이 글로벌 강자가 된 지금까지 ‘금기’시 됐던 가수와 팬의 ‘직접’ 소통이 바야흐로 가능해졌다.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는 SM 자회사 디어유의 ‘버블’이 처음 나온 이후 현재까지 ‘절대 강자’ 자리를 유지 중이다. 이후 원더월의 프롬, 위버스컴퍼니의 ‘위버스DM(Direct Message)’ 등이 생겨나며 1강 2중 체제로 재편됐다.

버블 관계자는 “K-팝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팬덤 문화는 MZ(밀레니얼+Z)세대의 일상이 됐다”며 “팬덤 활동이 오프라인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확대된 덕에 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 확보가 ‘성공의 키’=프라이빗 메시지 구독 서비스는 지난 2020년 ‘DM계의 1인자’ 버블의 등장 이후 현재까지 빠르게 늘었다. 특히 K-팝 뿐 아니라 K-콘텐츠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팬 플랫폼이 늘어나는 추세라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버블 관계자는 “버블 이후 많은 팬 플랫폼이 생겨났지만, 주요 엔터테인먼트사의 IP(지적재산권)는 소수 대기업에 쏠려 있다 보니 소규모 팬 플랫폼 업체들의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이 시장은 버블을 필두로 3파전의 양상을 보인다. 서비스 성공의 관건은 ‘아티스트 점유율’이다. 보유 아티스트의 숫자가 많을수록 플랫폼의 영향력과 인지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버블은 업계 최초로 1대 1 대화 서비스를 시작하며 자타공인 ‘선구자의 길’을 걸었다. 소녀시대, 엑소, NCT, 에스파 등 SM 소속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2대 주주인 JYP 소속 아티스트들이 뒤이어 합류했다. 올 초엔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인수하며 입점 아티스트를 모조리 흡수, K-팝 그룹부터 배우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스타를 보유하고 있다.

위버스DM은 4개월 차 ‘새싹 서비스’다. 일본 인기 걸그룹 AKB48, 배우 이수혁, 츄, 펜타곤 등 총 11개 팀이 입점, 아티스트 수가 가장 적다. 하이브의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하이브 산하 레이블의 걸출한 스타들은 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프롬에 입점한 아티스트는 결이 좀 다르다. K-팝 그룹과 배우도 있지만 작사가, 힙합 아티스트, 인디 가수까지 만나볼 수 있다. 프롬을 운영하는 원더월이 아티스트의 영감과 노하우를 전하는 ‘클래스’를 선보여 온 플랫폼이다 보니 이같은 특징이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까지 이어졌다. 덕분에 이곳은 팬덤 활동 뿐 아니라 예술을 꿈꾸는 지망생들이 직접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1:1 채팅의 매력 살리고 아티스트도 보호=빅3 플랫폼의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는 사실 서로 거의 비슷하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버블’의 UX(사용자 경험) 패턴을 대부분 따르고 있다.

네이버와 연계한 번역 서비스도 모든 플랫폼에서 제공하고 있다. 버블은 유저의 80%인 해외 팬들을 위해 구글과 파파고의 자동 번역 기능을 통해 8개 언어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버스 DM은 14개, 프롬은 13개 언어로 번역된다.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의 강점은 ‘쉬운 사용’이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처럼 아티스트와 1대 1 소통을 할 수 있다. 물론 다수의 팬들이 프라이빗 메시지를 이용하는 만큼 아티스트의 입장에선 1대 다수의 소통이 된다. 버블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이 국내외로 바쁘게 활동하다 보니 팬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프라이빗 메시지를 통해 바쁜 아티스트도 쉽게 다양한 콘텐츠를 팬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만한 소통을 위한 ‘안전 장치’와 ‘프라이빗 메시지’의 환상을 극대화하는 장치도 곳곳에 숨어있다.

대표적인 안전 장치는 이용자의 메시지 횟수 제한이다. 아티스트의 마지막 메시지 기준, 답장은 3회까지만 가능하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선 1대 다수의 대화이다 보니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만 개의 답장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아 ‘메시지 폭탄’에 시달릴 수 있다. 심지어 버블은 답장 글자 수도 제한하고 있다.

이미지, 영상, 음성 콘텐츠는 아티스트만 업로드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도 안전 장치 중 하나다.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유해 콘텐츠’의 업로드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악성 유저 관리도 철저하다. 위버스DM은 AI(인공지능) 기반 클린봇 시스템으로 악성 메시지를 자동 검수하고, 프롬에선 ‘채팅방 금칙어’가 설정돼 있다. 악성 메시지나 무분별한 도배성 메시지는 실시간 징계 처리가 가능하다.

팬과 아티스트의 ‘직접 소통’ 서비스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장치도 많다. 아티스트가 팬들과 소통할 때 이용자가 설정한 이름(닉네임)을 불러주는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버블 관계자는 “구독일이나 생일 축하 메시지 표시에 (이용자의 닉네임을 사용해) 친밀감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아티스트-팬 유대감 강화 효과=프라이빗 메시지로 팬과 아티스트의 ‘직접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팬덤의 충성도나 결속력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아티스트와 팬들만이 메신저 앱(App)을 통해 메시지나 사진,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 해당 서비스가 ‘최애 스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특히 프라이빗 메시지의 콘셉트 상 다른 팬의 참여 내용은 보이지 않아 아티스트와의 관계가 더욱 친밀하게 느껴진다. 이 과정에서 팬과 아티스트 간 ‘유대감’이 쌓인다. 김선우 프롬 COO는 “실제로 프롬 사용 아티스트들은 ‘내 편들이 모여 있는 느낌’을 받는다며 일상 이야기는 물론 깊은 고민까지 털어놓게 된다”고 귀띔했다.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는 결국 소속사, 아티스트, 팬 등 ‘모두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고안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버블 관계자는 “K-팝 산업 전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팬덤을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고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프라이빗 메시지와 같은 구독 기반 서비스가 (팬덤 관리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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