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의 현장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실종사태
2023-08-22 10:23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김현숙 장관, 출근은 하고 있나요?”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여성가족부 공식 브리핑 현장에서 나온 질문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실종됐다. 지난 8일 열린 ‘새만금 세계잼버리 태풍 비상대피 관련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2주일 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무회의 같은 공식 일정을 제외하면 김현숙 장관의 얼굴조차 볼 수 없다.

잼버리가 열리기 직전이었던 7월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김 장관은 잼버리 개막 일주일을 앞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잼버리 야영 부지 침수 대책에 대해서는 “침수지역 배수와 배수로 정비는 거의 다 되어 있다”고 답했다. 태풍 대비 관련해서는 “유형별 위기 상황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다. 태풍이 오면 342개 대피소로 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 인력에 대한 질문에는 “잼버리 내 병원이 있고 클리닉도 있다. 원광대를 포함한 5개 큰 병원과 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잼버리 기대감을 담은 언론 인터뷰도 수차례 진행했다.

김 장관의 호언장담과 달리 잼버리는 파행을 맞았다. 폭염 대책, 벌레 물림, 시설 열악, 의료 인프라 부족 등 총체적인 준비 부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태풍 ‘카눈’ 북상 소식에 7일 전대원 대피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새만금 잼버리’는 끝났다. 지방자치단체, 대학, 기업, 시민 등 대한민국이 나서 잼버리 대원을 맞이하며 만회했지만, 새만금 잼버리가 실패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 후 김 장관은 사라졌다. 대회를 마무리 한 이후 잼버리 사태에 대해 ‘사과의 말’로 입을 열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렸다. 김 장관의 입장은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 자료’로만 만날 수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행사 종료 이후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 지겠다”며 고개를 숙인 것과 대비된다. 화장실, 음식, 폭염 대책은 “조직위원회 책임”이라고 변명을 덧붙였지만, 김 지사는 적어도 국민에게 사과했다.

김 장관은 여가부 수장으로서의 지위도 포기했다. 지난 17일 발생한 신림동 등산로 강간살인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여가부 대변인은 관련 대책 마련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은 해당 부서에 확인한 후 말씀 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사건이 발생한 등산로는 피해자가 ‘출근길’로 사용할 정도로 시민 왕래가 잦은 곳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강간살인 사건에 대해 김 장관은 정말로 할 말이 없는가.

장관은 문제 상황에서 침묵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김 장관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자숙’이 아니라 책임 회피다. 김 장관의 최근 행보가 ‘실종 사태’인 이유다. 김 장관은 오는 25일 예정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잼버리 사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신림동 강간살인 사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김 장관의 ‘입’에서 말이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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