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비운의 인종 묻힌 서삼릉 효릉 빗장 풀었다
2023-08-23 18:07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 서울 구파발 인근에 있는 서삼릉과 종마목장은 수도권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처이자 산책로이다.

우리는 서삼릉을 고즈넉하게 거닐면서 경내의 모든 문화유산을 다 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효릉은 비공개였던 것이다.

효릉은 조선 12대 왕으로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승하했던던 인종(1515~1545/재위 1544~1545)이 묻힌 곳이다.


효릉

인종은 연산군을 상대로 반정을 일으켜 성공한 중종의 차남이고 적자이다. 장남은 후궁 경빈 박씨 소생의 서자(서장자) 복성군이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장경왕후를 잃었고, 경빈박씨쪽의 끊임없는 견제와 저주에 시달렸다. 세자 시절 생일 무렵, 죽은 쥐의 사지를 찢어 불에 지진 다음 세자의 거처 동궁전 창가에 매달아놓은 사건이 인종을 향한 저주 중 하나였다. 20여년전 SBS드라마 ‘여인천하’에 이 시기 암투가 묘사됐었다.

인종은 즉위한 지 7개월 만인 1545년 초여름 어느날 고열에 시달리며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대규모 사면을 단행하는 등 특별 조치를 취하기도 했지만 고작 7개월10일 만 재위한 채 승하했다.

아버지 중종이 숙청한 기묘사화 피해자 유족들의 원한, 소윤-대윤의 피비린내나는 권력다툼 등 정국이 어지러운 때여서, 인종의 갑작스런 죽음을 둘러싸고 숱한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인종이 묻혀 있는 효릉은 젖소개량사업소로 둘러싸여 있어 지금까지 공개되지 못했는데, 드디어 빗장을 푼다.


효릉 원경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특수환경으로 인한 일반인 접근의 어려움으로 그동안 비공개로 관리해온 서삼릉 효릉을 오는 9월 8일 부터 일반에 최초 개방한다고 23일 밝혔다.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관람로를 확보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오랫동안 논의 끝에 젖소개량사업소 일부 토지를 관리위임받고 관람로 정비도 마무리하면서 이번에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효릉은 1545년 조성됐으며, 남편을 일찍 여의고 자식없이 외롭게 일생을 살았던 인성왕후(1514~1577)의 유해가 1578년 이곳에 모셔지면서 쌍릉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문화재청은 조선왕릉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조선왕릉들을 꾸준히 정비하여 왔으며, 효릉을 끝으로 마침내 조선왕릉 40기가 전부 국민들에게 제 모습을 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서삼릉 효릉은 오는 9월 8일부터 조선왕릉 누리집(royaltombs)를 통해 해설사 안내를 받아서 하루 3회(회당 30명) 예약을 받아 약 120분씩 관람경로(코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별도의 안내책자도 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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