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전용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2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르스크 전투 8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타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 사망 하루 만에 “유능했지만 실수도 저질렀다”며 냉혹한 평가를 내놨다. 미국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암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를 내린 가운데, 이번 프리고진의 죽음은 동요하는 러시아 권력층에 대한 푸틴의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수반 대행인 데니스 푸실린과의 화상 회의에서 프리고진에 대해 “1990년대부터 그를 알았다”며 “그는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힘든 운명을 타고 났고 실수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에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바그너 그룹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아에서 나치와의 싸움에 있어 큰 공헌을 했고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전날 저녁 모스크바를 출발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바그너그룹 전용기가 추락하면서 숨졌다. 바그너 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을 포함해 바그너 그룹 간부와 승무원 등 탑승자 10명 전원이 함께 사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사망 경위에 관련해 “내가 아는 바는 그가 불과 어제 아프리카에서 돌아왔다는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가 이번 사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고했다며 “조사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수사관들이 뭐라고 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정보당국은 이번 비행기 추락사고가 푸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의도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AP 통신은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정보당국의 예비평가에 따르면 이번 비행기 추락사고는 의도적인 폭발에 의한 것이며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폭발은 푸틴의 비판자들을 침묵시켜 온 오랜 역사와 일치한다”고 꼬집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대공 미사일이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를 격추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부정확하다”며 “지대공 미사일이 있었다고 볼만한 징후나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추락사고가 암살인지에 대해서는 “비행기가 어떻게, 왜 추락했는지에 대해서는 더이상 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부에서는 이번 프리고진의 죽음은 군사반란에 대한 보복이자 동시에 반란 사태 이후 동요하고 있는 러시아 권력층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던지는 경고 메세지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죽은 그 시각 쿠르스크 전투 80주년 기념식에서 ‘군인들의 조국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며 “그는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참기가 어려웠다”고 묘사했다.
전직 크렘린궁 고위 관료는 FT에 “그들이 분명 프리고진을 지워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현실화됐다”면서 “반역은 용서받을 수 없고 그에 대한 대가는 빠르고 돌이킬 수 없다는 메세지를 전체 엘리트에게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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