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부활’에서 하루만에 조직개편으로…치안대책 어디로
2023-08-26 08:54


지난 4월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마지막 의무경찰 기수인 1142기가 합동전역식에서 전역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국 곳곳에서 흉악범죄가 계속되면서 사상 첫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 경찰이 현장 치안인력을 늘리는 후속 대책을 내놨으나 혼란을 겪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담화문 발표에서 폐지된 의무경찰 제도를 부활시키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했으나 하루 만에 의경 재도입 방안이 사실상 번복되면서 위한 조직개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가 현장 치안공백에 대해 서로 엇갈린 설명을 내놓자 조직 내부에서는 임기응변식 처방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경찰과 정부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다음달 시행을 목표로 여러 가지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전날 “경찰 인력 재배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경을 다시 선발해 현장 인력난을 해소하는 방안은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새다.

경찰 안팎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1000명가량 늘어난 수사 인력을 대폭 줄여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난 정부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 수사 분야가 비대해졌다는 현 정부의 인식과 같은 맥락에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내 중대범죄수사과와 사이버테러수사대 등 직접 수사부서를 폐지하고 시·도 경찰청 수사인력도 30%가량 감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흉악범죄 예방 등 민생치안과 다소 거리가 있는 교통·외사 기능을 우선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찰청 교통국과 외사국을 폐지하고 범죄 예방·대응 부서를 신설하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담화문 발표에는 이상민(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규홍(맨 왼쪽) 보건복지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배석했다. [연합]

의경 재도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경찰 수뇌부도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2일 “순경·경장·경사 계급의 대규모 결원으로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에 경위 이하 모든 인력(10만4221명)을 치안현장에 직접 투입하고 있고, 치안현장의 공백 없이 운영 중”이라고 반박했다. 설명자료를 낸 뒤 조지호 경찰청 차장이 기자들을 만나 치안공백이 없다고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찰청 입장은 이튿날 정부가 의경 재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히는 자리에서 뒤집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담화문 발표에 배석해 “14만 경찰이라고 하지만 일시점에 길거리에 나가서 활동할 수 있는 경찰력은 3만 명 내외다. 일시점 기준 활동 인원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만큼 많지 않은 게 사실”라며 치안공백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윤 청장은 “7500∼8000명 정도를 순차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을 국방부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한 총리가 의경 재도입을 후순위로 미루자 재차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경찰은 결국 조직개편을 통해 부족한 치안인력을 자체 해결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이를 두고 수도권의 한 경찰 간부는 “경찰 지휘부가 ‘조령석개’식 정부 방침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습만 연출했다”며 “결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수사 권한을 축소해 치안 역량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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