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최근 흉기난동을 비롯한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제 존폐 및 집행 여부가 사회적 쟁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오는 11월 임기를 마무리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퇴임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헌재가 유 소장 임기 내에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의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1일 헌재는 형법 41조 1호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지난 2019년 2월 사건을 접수한 후 4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헌재가 심리 중인 헌법소원 사건의 핵심 쟁점은 형법에 규정된 사형제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다. 형법 41조는 ‘형의 종류’를 9가지로 규정하는데 그중 1호가 사형이다. 앞서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재판부에 사형제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형법 41조 1호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A씨의 경우 재판이 그대로 계속 진행돼 1심과 2심 모두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2019년 8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헌재법상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사건은 서면 심리가 원칙이지만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변론을 열어 당사자, 이해관계인, 참고인 등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 헌재가 이 사건의 무게와 중요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적 찬반 여론이 팽팽한 만큼 당시 공개변론에서도 청구인 측과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법무부 측 입장이 치열하게 맞섰다. 청구인 측은 생명은 절대적 가치여서 법적 평가를 통해 박탈할 수 없고, 사형 집행 이후 오판이었던 것이 판명돼도 시정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사형제에 따른 생명 박탈을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로 인해 무고하게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위험이 있는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이나 위험과 같게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오판 가능성의 경우 사법제도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이지 사형제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오는 11월 유 소장 퇴임 전 헌재가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의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미 공개변론 이후 1년 넘게 시간이 흐른데다 최근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되거나 성폭행을 목적으로 이어진 살인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제를 둘러싼 사회적 쟁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헌재가 결정의 정당성과 권위 등을 고려해 가급적 재판관 9인 전원 체제에서 심리한 주요 사건을 마무리해왔다는 점도 유 소장 퇴임 전 선고 가능성을 거론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헌재는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 했다. 재판관 7(합헌)대 2(위헌) 결론이 났던 1996년 첫 결정 이후 2010년 두 번째 결정에선 5(합헌) 대 4(위헌)로 위헌 의견이 늘었다. 다만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1997년 이후 실제 사형은 집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창립 35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유 소장은 기념사에서 “헌법재판소의 본분은 헌법재판”이라며 “헌법재판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을 국민의 삶 속에 정의롭게 구현해 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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