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개발사들 땅만 1000조원...가격 30% 빠지면 ‘채무 초과’
2023-09-01 10:10


중국 톈진에서 한 여성이 스쿠터를 타고 비구이위안이 건설 중인 한 주거용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국의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개발용 부동산(개발용지)만 1000조원 넘게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부동산 평가액이 약 30% 하락할 경우 보유 재산만으로 채무를 감당할 수 없는 이른바 ‘채무초과’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안고 있는 부동산 가격 하락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해 중국의 상위 10위 부동산 개발업체와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보유한 개발용 부동산의 총 규모가 6조3500억위안(1156조716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11개 업체들의 자산 총액이 12조3000억위안(2237조4930억원)임을 감안하면 자산의 절반이 개발용 부동산이다.

주요 기업들이 가진 부채의 총액은 약 10조3400억위안(1881조1562억원)으로 파악됐다. 부채 중 25%는 건설·자재업체들에 대한 외상구매금, 33%는 주택 구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계약금이다.

개발용 부동산은 주택 개발 등을 위해 업체가 매입한 토지 사용권이나 건설 중인 아파트 등을 가리키는데,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이 같은 개발용 부동산을 매입해 건설사에 발주를 넣는다. 주택 구입자에게 집이 최종 인도되기까지 해당 부동산은 개발업체가 대차대조표 상에 보유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하락 시 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매체는 이 같은 11개 업체들의 대차대조표를 바탕으로 개발용 부동산 평가액이 32% 가량 떨어질 경우, 부동산 개발업계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채무초과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업체들 중에서는 현재 경영 재건 중인 헝다가 보유한 개발용 부동산이 1조859억위안(197조536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가격 하락으로 인한 보유 개발용 부동산의 평가 손실도 가장 컸다. 헝다는 올해 들어서만 상반기 기준 부동산 평가손실 3736억위안(67조9989억원)을 계상했다. 6월 말 기준 이미 헝다는 6442억위안(117조2508억원)의 채무초과 상태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려있는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도 예외는 아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현재 8436억위안(153조4677억원) 규모의 개발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매체는 “(비구이위안은) 자본의 3배가 넘는 보유 개발용 부동산을 떠안고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다”면서 “주택 인도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택 구입을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와 주택구입 규제 완화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3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로 3단계 낮췄다. Caa1은 신용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 Ca는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채무 불이행 임박 수준을 뜻한다. 사실상 비구이위안을 디폴트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무디스는 비구이위안의 등급을 B1에서 Caa1으로 강등한 바 있다.

카벤 창 무디스 부사장은 “부정적 전망을 동반한 등급 강등은 컨트리 가든의 긴축 유동성과 높아진 채무 불이행 위험, 회사 채권자들의 취약한 회생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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