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움직이지 않았다…이재명의 단식, ‘역풍’ 우려에 ‘당 총동원령’ 불만 [이런정치]
2023-09-05 10:1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4일 국회 앞 계단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 촛불문화제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엿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론을 끓어오르게 하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당내외 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예상보다 대중적 관심도나 지지세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다. 검찰 조사 일정에 이 대표 단식이 중대 변수가 된 것도 반작용 우려를 낳고 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선언한 대여 투쟁에 당 전체가 연일 ‘총동원’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당내 불만이 터져나온다.

5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부터 이어가고 있는 ‘무기한 단식’ 파급력이 야권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현안을 놓고 지난 6월부터 장외투쟁을 진행해 온 데 이어, 당 대표의 단식과 국회에서의 촛불집회, 주말 서울시내 집회 등이 겹겹이 이어진 상황이 피로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앞선 장외투쟁이 당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을 고심해 오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 단식과 같은 시기 진행되고 있는 교사 집회와도 대비되고 있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침해 대책을 마련하라’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대중 지지를 얻어 끓어오르는 반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야당 주장은 선명성에서 두드러지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주 토요일(2일) 서울 도심 집회에서 민주당은 주최 측 추산 5만명, 경찰 추산 6000명을 모은 데 그쳤지만, 같은 날 국회 앞 교사 집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10만명의 참가자가 쏠렸다.

이 대표의 단식이 ‘방탄 단식’이라고 주장하는 여권 프레임도 여론에 소구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서 뚜렷한 요구사항을 제시하지 않고 출구전략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방탄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힘든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일정 줄다리기 끝에 벌써 두 차례나 검찰 소환조사 일정이 무산됐다는 점도 향후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의 ‘소환 불응’을 영장청구서에 구속 필요 사유로 기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이 대표의 단식과 관련해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주는 선례가 남게 되면 앞으로는 잡범을 포함해 누구나 다 소환 통보를 받으면 단식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불만도 쌓여가는 중이다. 당대표 단식 중이라는 상황을 감안해 비명(비이재명)계 목소리가 표면화되지는 않지만 사실상 ‘당 총동원령’에 대한 반감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기국회 중에, 특히 국정감사를 앞두고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와 시도당 차원에서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면서 “정치가 이렇게 정쟁에 머물러 있으니 청년과 중도층이 민주당을 떠나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비명계 5선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것 또한 정치에 대한 포기”“라며 (단식이) 유효 적절한지 국민들의 집중도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의문을 갖는 견해들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번에는 (단식 명분이) 두루뭉술한 게 사실”이라며 “이 대표 스스로도 조건 있는 단식이 아니라 하니 더욱 더 난감하다. 출구가 무엇이냐 라는 이야기가 자연히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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