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들 어디로 가나’…G20 정상회의 앞두고 ‘이곳’ 빈민가 사라졌다
2023-09-05 15:24


집은 사라졌지만 빨랫줄에 걸어 놓은 옷들은 아직 덜 말랐다.[CNN 캡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인도 뉴델리에 사는 자얀티 데비(56)은 동이 트기 전 집에서 빠져나와야만 했다. 불도저를 몰고 온 공무원들이 데비의 집을 포함해 판자집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는 이 집에서 지난 30년을 살았지만 이번 주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G20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이 길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인도 정부와 뉴델리 당국이 도시 전역에서 대규모 빈민가 철거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구조물이 불법”이라며 철거를 정당화했다. ‘실향민’에게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철거가 G20 회의에 참가하는 외국 고위 인사들에게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 빈곤층을 지워버리는 ‘미화 프로젝트’가 아닌지 의심한다. 지난 7월 의회 서면 답변에서도 인도 정부는 주택 철거와 G20 정상회담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G20에서 제시하고 싶은 인도의 이미지는 남반구의 리더이자 현대 초강대국 중 하나로 우뚝 선 모습일 것이다.

인도 정부가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두고 빈민가나 판자집 철거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에도 현재 야당인 인도 국민회의(Indian National Congress·INC)가 집권했을 때, 영연방 게임(Commonwealth Games)을 앞두고 거지들은 뉴델리 거리에서 쫓겨났고, 빈민가는 파괴되어 수만 명의 삶을 뒤흔들었다.

노숙자 가정과 거리의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회 운동가 하쉬 맨더는 정부의 이러한 이미지 메이킹에 괴리감을 느낀다고 CNN에 인터뷰했다. 그는 “나에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인도 정부가 표면상 빈곤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정부 인구조사(2011)에 따르면 약 1600만 명이 뉴델리에 살고 있지만, 싱크탱크 센터포에 따르면 인구의 단 23.7%만이 ‘계획’되거나 ‘승인된’ 지역에 살고 있다. 뉴델리 인구의 절대 다수는 빈민가, 슬럼 등 승인되지 않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맨더는 “이대로 추운 겨울이 닥치면 거리에서 사람들이 죽어갈텐데 계속해서 집을 철거하고 있다”며 “인도에는 사람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생명에 대한 기본권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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