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고려시대 제작된 나전칠기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내에 있는 3점과 제작 시기는 비슷하지만, 보다 정밀한 나전 기술이 적용됐고 보전 상태도 좋아 주목된다.

문화재청은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공개했다.

최근 일본에 있다가 환수된 800여년전 고려나전 국화넝쿨무늬상자의 정교한 무늬

고려나전 국화넝쿨무늬상자

오늘 공개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목재, 나전, 금속으로 만들어졌고, 가로가 긴 직육면체 형태로 가로 33.0㎝ 세로 18.5㎝, 높이 19.4㎝의 크기다.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물은 일본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여 년 이상 보관돼 최근까지 일본에서 조차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재단의 일본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그 존재를 최초로 확인했다. 이후 문화재청과 재단이 1년여 간의 치밀한 조사와 협상 끝에 지난 7월 마침내 환수에 성공했다.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20점 밖에 없는 데다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그 문양이 고려나전 전체를 대표할 만큼 뛰어나고, 보존 상태도 기존 국내에 보물로 지정된 것 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다.

특히 나전 본래의 무지개 빛깔과 광택이 살아있어 오색의 영롱함을 보여준다는 점,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매우 크다.

고려 나전칠기는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문양을 장식하는 등 고도의 정교함과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공예 기술의 집약체’라고도 일컬어진다. 자개는 전복, 소라, 조개와 같은 패류(貝類)의 껍데기를 갈아 얇게 가공한 것이다.

고려나전 국화넝쿨무늬상자의 구성

이번에 환수된 유물은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연주(連珠: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 무늬가 고루 사용됐다. 전체 면을 자개로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를 장식하고, 천판(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배치했다. 외곽에는 약 1670개의 연주무늬가 촘촘히 둘러져 있다. 여기에 사용된 자개의 수만 4만5000여개에 달한다.

또한 C자형 금속선으로 국화꽃무늬를 감싸고 있는 넝쿨줄기를 표현했고, 두 선을 꼰 금속선으로 외곽 경계선을 표현했다.

국화꽃무늬는 중심원이 약 1.7mm이며, 꽃잎 하나의 크기는 약 2.5mm에 불과한데, 꽃잎 하나하나에 음각으로 선을 새겨 세부를 정교하게 묘사했다.

제작 기법 상 목재에 직물을 입히고 칠을 한 목심저피칠기(木心苧被漆器)로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칠기 제작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국내 보물로 지정된 나전경함은 이번 환수된 나전상자에 비해 무늬가 정교하지 않다.

기존 국내의 나전경함(보물) 무늬

기존 국내의 나전경함(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