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의 과제
2023-09-08 11:2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


미-중 간 갈등 첨예화로 ‘신냉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기술패권전쟁 등과 이에 따른 소다자주의에 기반을 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블록화의 진전이 최근 몇 년간 국제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미-중 간 경쟁 가속화와 이로 인해 다자주의 시대에는 갈등과 협력의 주요 해결기관으로 역할해왔던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등이 우크라이나전쟁 이후로는 더욱 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쉽게 말해 국가 간 무역분쟁이나 군사적 마찰 등이 발생한다 할지라도 소위 현재의 ‘신전환 시대’에는 해결을 기대하거나 호소할 만한 기구가 마땅치 않다는 의미다. 한국도 이 같은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 하에 다양한 소다자 간 협력 및 협의체 등에 참여하는 선택을 하는 이유다. 나토(NATO) 정상회의에 일본·호주·뉴질랜드와 ‘NATO+AP4’ 일원으로 참석,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가입,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인도·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IPEF), 광물안보동반자협정(MSP), 칩4 동맹, 유럽연합(EU)을 포함한 G7국가들과 호주·인도가 참여하는 비공식적 G7+ 참여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기술과 공급망 등 무역과 경제, 사이버와 핵 등을 포함한 안보 등 매우 다양하고 다층적인 분야에서 소다자 네트워크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8월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추진한 ‘한·미·일 정상회의’와 공동 성명 발표 등은 가장 주목할 만한 한국의 안보적 선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는 “3국과 우리 국민을 위한 전례 없는 기회의 시기에 그리고 지정학적 경쟁, 기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그리고 핵 도발이 우리를 시험하는 역사적 기로”를 언급하며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 성명 내용에는 외교, 국방, 금융, 사이버, 개발, 지역 정책 등 분야별로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위협에 대한 군사안보, 경제안보와 첨단 기술 분야까지 공급망 교란 상태에서 공조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등 전방위 협력 및 공동 대응방안을 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세계 경제 비중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한·미·일 3국 간 국방 및 군사, 외교, 반도체 공급 등의 경제 및 무역까지 논의하고 위협에 대해 공동 협력과 대응을 하겠다는 강력한 “경제·안보 블록의 형성”이라는 선택을 한 것이다.

동북아 지역질서에 큰 변화라는 평가에 국내외 외교안보전문가들의 이견은 없는 것 같다. 분명히 특정 국가의 이익과 관점에서는 긍정과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하므로 평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미국과 일본 내 전문가들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중국 내 전문가들은 비판과 부정적 평가 일색이다. “중국을 배제하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회의”가 아닌 “중국과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를 가져가길 원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에도 중국 정부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3국이 연대해 중국을 견제 및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국제무대에서 국가 간 관계의 선택은 연루됐을 때와 방기됐을 때의 혜택과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미·일 3국 간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와 결과물은 안보,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국과 중국 간 관계의 냉각화, 즉 한중 관계의 관리 문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2020년 25.9%에서 2023년 1분기 19.5%로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중국은 수출 상대국 1위인 국가다.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인식하는 건 경제 문제다. 북핵 해결에 대한 중국의 협조 등 안보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또한 한·미·일 간 연대 강화의 실질적 구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과 기술패권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법 등을 통해 미국 내로의 투자와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으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곤란한 지점이다. 오랫동안 지속돼온 역사적 갈등 문제를 논외로 한다 할지라도 한국과 일본은 산업적으로 경쟁국이 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 및 협력국을 통해 블록화를 추진하나 한편으로 탈중국,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는 개념하에 중국 시장에서 이득을 취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일본도 ‘정치와 경제는 별도’라는 논리하에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일중경제협회 등 민간단체가 중국과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질서는 안정기와 변화기를 갖는다. 현재의 국제정치는 격변기임에 분명하다. 과거의 어느 때보다 어려운 안보적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떠한 선택이라도 절대적으로 옳고 그름이 존재할 수 없다. 한·미·일 캠프데이비드에서의 정상회의의 결과는 안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커다란 변화다. 문제는 선택이 가져올 위험을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중 관계의 관리, 한·미·일 3국 간 불협화음의 여지에 대한 사전 대비와 방안 마련 등이 심도 있게 고민되기를 기대한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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