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 전문가 조언에 귀 닫아…“개혁·개방 이전으로 돌아가”
2023-09-11 09:38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중국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 전문가들의 조언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에 집중된 권력이 적절한 경제 대응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금융, 부동산 등과 관련한 당국자가 경제전문가들과 최소 12번의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특히 부동산 위기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이 정부의 직접 보조금과 개발업체 부채 구조조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 위기 심화에 따른 불안감과 시 주석의 말 없이는 어떤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란 무력감이 더 커졌다.

지난 6월 두 차례 회의에 참석했다는 한 전문가는 WSJ에 “회의장 안에선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정부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강력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WSJ은 중요한 정책 움직임을 가져가려면 시 주석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경제·금융 문제는 국무원이 담당했지만 최근엔 공산당이 경제 현안까지 장악하면서 국무원이 약화된 상태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지난 3월 ‘당과 국가기구 개혁방안’을 발표, 올해 안에 중앙금융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경제·금융 업무를 당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WSJ은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던 6월 30일 시 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거시경제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베이징 인근의 새 첨단도시 ‘슝안신구’ 건설에 대한 이야기만 오갔다고 전했다.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100㎞ 떨어진 허허벌판에 지난 2017년부터 지어지고 있는 슝안은 ‘시진핑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중국의 핵심 개발 프로젝트다.

이처럼 당중앙에 많은 권력을 집중시키는 이른바 당강약정(黨强弱政) 현상은 국무원이 6월 이후 다양한 부양책을 논의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이유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1인 통치에서 벗어나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흐름이다.

민신 페이 클레어몬트 맥케나대 교수는 “시 주석에 대한 권력 집중은 1978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위기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빈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나는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중국과 관계를 분명히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시 주석이 경제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 주석이 규칙에 기반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국제적 성장과 연결된 문제”라면서 “중국이 잘하면 우리 모두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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