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L 생수병으로 여친 폭행 40대, 대법서 특수상해 무죄 확정…왜
2023-09-12 12:53


대법원 전경.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빈 페트병은 형법에서 규정하는 '위험한 물건'으로 보기 어려워 이를 이용해 사람을 다치게 했더라도 특수상해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상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7)씨에게 특수상해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8월 생수가 든 2L 용량 페트병으로 연인을 수차례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하고 연인이 이별을 통보하자 이메일을 4차례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 8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교육 수강을 명령했다.

1심은 "2L 페트병에 물이 들어 있었다면 무게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고 단단한 부분으로 여러 차례 내리치면 사회 통념상 상대방이 신체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며 "형법에서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특수상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형량도 벌금 300만원으로 줄였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 사진에서 뚜껑을 뜯지 않은 페트병은 보이지 않고 피해자도 명시적으로 '생수가 가득 찬 병에 맞았다'고 진술한 적은 없다"며 A씨가 빈 페트병으로 상해를 가했다고 봤다. 이어 "빈 페트병 자체는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특수상해보다 법정형이 가벼운 상해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고 합의한 점도 감형에 고려됐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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