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아니면 안 가”…20·30세대 ‘쉬었음’ 인구 급증
2023-09-13 10:08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그냥 쉬는 청년들’은 늘어나고 있다. 청년층(15~29세) 쉬었음 인구는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체 쉬었음 인구 증가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60세 이상 고령층보다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일부 업종에선 이에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청년층 기피 현상이 강한 건설업·해운업·수산업·자원순환업 등과 지방·중소기업에선 이미 빈 일자리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구인난이 심각한 업종을 선정해 10월 중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만3000명 늘어났다. 이에 따라 그냥 쉬는 청년 인구는 40만4000명을 기록했다. 7월 40만2000명에서 2000명이 또 증가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7월에도 전년동월비로 4만명 늘었다.

20대로 한정해서 봐도 비슷한 추세다. 8월 2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만8000명 증가했다. 7월에도 3만6000명이 늘었다. 이 또한 벌써 5개월 연속 증가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세는 고령층과 비교해도 거세다. 60세 이상 쉬었음 인구는 8월 전년동월비 1만6000명 증가에 그쳤다. 최근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증가한 5개월 중 청년층이 고령층 증가세를 압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엔 30대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8월 30대 쉬었음 인구는 3만8000명 늘었다. 전 연령계층을 통틀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 6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체 쉬었음 인구 증가 중 대부분이 20·30대다. 8월 쉬었음 인구는 8만3000명 늘었는데, 이중 6만6000명이 20·30대였다. 비율로 따지면 79.5%에 달한다.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2023 잡앤커리어 페스티벌'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각 회사 행사 부스를 찾아 걸어가고 있다. [연합]

빈일자리가 많은데도 그냥 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취업이 안 돼 쉰다고 보기 어렵다.

청년층 고용률(47.0%)은 8월 기준 역대 2위다. 실업률(4.5%)은 8월 기준 역대 최저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1%로 통계 작성 이래 8월 기준 역대 최고다. 15∼64세 고용률도 69.6%로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제조업 등에서 일부 부침이 있지만, 전반적인 고용지표 수치가 매우 좋다.

지표상 고용시장이 전례가 드문 호황을 맞이한 셈인데, 그냥 쉬는 청년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에 기피 업종에선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제조업 빈 일자리 수는 2020년 3만1000개에서 올해 6월 5만7000개로 늘어났다. 비제조업은 2020년 9만5000개에서 올해 6월 15만6000개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에는 빈일자리수가 전년동월대비 1만3000명 감소하는 등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비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유출과 고령화, 노후화된 산업기반 등으로 인해 인력난이 장기화·고착화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별 여건·수요에 따라 빈일자리수가 큰 업종과 구인난 현장 체감도가 높은 업종을 선정·타겟팅하여 맞춤형 대응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논의결과를 토대로 지자체 협의를 거친 후, 10월 중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