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가치 불어넣어…‘폭락’ 아르헨 페소, 캔버스로 재탄생한 사연
2023-09-14 14:48


아르헨티나의 예술가 세르지오 디아즈가 지폐의 그린 자신의 작품을 보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씨름하고 있는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최근 페소화에 그림을 그려넣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예술가들은 사실상 교환의 가치가 사라진 지폐를 캔버스로 이용해 그림을 그려 자신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표현하고, 완성된 그림은 지폐그림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캔버스가 가진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블룸버그는 페소에 그림을 그리는 아르헨티나의 한 예술가 단체를 소개하며 “이들은 이들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피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예술은 점점 더 가치가 사라지는 페소의 가치를 증가시킨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소개한 이들의 한 작품은 달러와 페소를 아래 위로 붙여 그 위에 그림을 그린 것으로,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한 손에는 총을, 한 손은 죽은 재규어에 올려놓고 기대에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작품은 달러화 대비 페소 가치가 크게 하락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페소화의 가치는 지난 1년간 미 달러 대비 60%까지 가치가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아르헨티나의 8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12.4% 오르며 1991년 이후 월간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이 예측한 11.5%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물가가 무려 124.4%나 뛰었는데, 이 역시나 30년만에 최고치다.


[AP]

이처럼 8월 소비자 물가가 전달에 비해 두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달 소속의 극우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 의원이 대선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다음 날 정부가 기습적으로 페소화를 18% 평가절하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국민들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여유 자금이 있는 국민들은 물가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서둘러 물품을 사서 비축하고 있고, 동시에 국민들은 매달 가치가 폭락하는 페소화를 저축하기보다 음식점 등에서 빠르게 소비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페소화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쪽을 택했다. 이들 지폐 예술가들은 아크릴 물감으로 10, 20, 100, 1000페소 등의 지폐에 그림을 그린 후 소셜미디어에 작품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작품들은 국내에서는 많으면 7만페소, 해외에서는 300달러(약 40만원)에 달하는 가격에 팔린다.

매체는 브라질 축구팬들이 아르헨티나를 조롱하기 위해 페소화를 찢거나, 파라과이에서는 환전상들이 페소화 매입을 거부하는 등 아르헨티나의 물가 폭증이 이웃나라들에게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경멸의 시기에 예술가들이 화폐의 가치를 되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