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나라 구하려던 12‧12’ 발언 논란에 “법원 판결 존중”
2023-09-15 09:39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논란이 됐던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소극적으로 해명하며 말을 아꼈다.

신 후보자는 15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 후보자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쿠데타와 관련된 부분은 제 말 앞뒤가 조금 편집돼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대법원의 확정판결과 지금 정부의 역사적 평가를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2019년 9월 4일 ‘신인균의 국방TV’에 출연해 국민의식이 성장한 지금은 쿠데타 성공이 어렵다면서도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에 대해서는 나라를 구하려던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 후보자는 당시 ‘한국군 쿠데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하던 중 “사람들은 권력욕, 독재자 이러는데 박정희 대통령 돌아가시는 그 공백기에 서울의 봄 일어나고 그래서 당시에 (전두환 씨는)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나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5‧16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신 후보자는 “나중에는 한국에 도움이 되는, 그러니까 5‧16같은 게 정치법적으로는 쿠데타인데 우리가 농업화 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에 사회 경제 철학적으로는 혁명이다”라고 한 것이다.

홍범도함의 명칭 변경과 국방부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신 후보자는 “취임하면 여러 의견을 듣고 충분히 검토를 한 후에 방향을 분명히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신 후보자는 지난해 정기국회 국정감사 중 홍범도 장군을 ‘자유시 참변의 주역’, ‘소련군’으로 비난했고 이후 육군사관학교가 국회지적사항을 근거로 흉상 철거를 추진하면서 논란을 촉발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흉상 철거이전을 비판한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대한민국 정체성을 저버렸다며 사퇴를 요구했고 29일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90여개 군 장성 단체와 함께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육사 공산주의자 흉상 존치 규탄대회’ 등을 열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와 윗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과 군 검사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필요하다면 청문회에서 의견을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달 11일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 논란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에 응해서 무혐의를 입증할 것을 촉구하며 “정치적 쇼. 군복을 벗고 정치나 하라”는 말로 비난했고 같은 달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상황을 두고 “안타깝지만 손 잡고 가다가 웅덩이에 푹 빠져서 죽음을 당했다. 이게 8명의 징계자를 낼 만큼 어마어마한 군의 과오냐?”라고 발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간첩’과 ‘악마’로 표현했던 것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신 후보자는 2019년 10월 5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청와대 인근에서 밤샘 농성을 하던 자리에서 연단에 올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 “홍해를 가른 기적을 모세는 이뤘다. 이에 못지않은 게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발언했다.

한편 신 후보자는 9‧19남북군사합의 당시“김정은한테 항복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의 생명줄을 파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문 전 대통령이) 간첩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2019년 7월 전광훈 목사가 운영했던 ‘너만몰라TV’에서 “오늘날 문재인이라는 악마를 탄생시킨 초대 악마인 노무현이라는 자가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발언했다. 같은 해 8월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에서는 “한줌도 안 되는 좌파 쓰레기 문재인”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9‧19 남북 군사합의는 군사적 취약성을 확대하는 합의로 반드시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왔다”며 “국방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으로 군사적 취약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고 추가로 보완할 것이 있으면 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장시절 사고사로 기록됐던 부하에 대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과 잇따른 보도에 대해서는 “27살 중대장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육사 9년 선배였던 당시 대대장이나 사단 헌병대, 그리고 군의관까지 동원돼서 짧은 3~4시간 동안 조작을 했다는 주장은 거의 소설이라고 본다”며 “법적 투쟁을 통해 해결 하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안보상황이 엄중한 때에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에 책임의 막중함을 느낀다”며 “군 통수권자의 지침과 의도를 잘 헤아려서 정예화된 선진강군을 만들고 장병들이 올바른 국가관, 대적관, 군인정신으로 무장이 돼서 군 본연의 임무에만 매진하는 군인다운 군인, 그리고 적과 싸우면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원식 후보자는 국방 정책과 전략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국방정책 기획·전략통으로 평가된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임관했고 합동참모본부 합동작전과장과 육사 생도대장, 육군 3사단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국방부 정책기획관을 지냈다.

이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합참 작전본부장, 합참 차장을 거쳐 중장으로 퇴역했다.

하지만 이같은 군의 전문성을 갖춘 이력과 다르게 퇴역 이후에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신 후보자는 2019년 9월 21일 부산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2016년 촛불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의 계속성을 파괴한 반역이고, 2019년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복원시키는 정의요, 헌법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또 2021년 10월 12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해군 극소수의 과대망상증 환자들이 경항모를 추진 중”이라고 주장했다.

또 업체의 로비, 해군과 조선업계 불법 네트워킹과 같은 단어를 쓰면서 “경항모를 건조할 경우 군이 비리집단이 될 것”, “감사원 감사나 특검 한 번 받아보겠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올해 1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군 전문가들이 다수의 첨단레이더와 감시장비를 종합해 알아낸 항적을 김(병주) 의원이 간단한 분석으로 알아냈다는 주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황당한 궤변”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설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부채도사 흉내로 일관한다면, 김 의원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어 “그 정도의 정보를 사건 발생 직후 알 수 있는 길은 우리 내부에서 나온 정보로는 절대 알 수 없다”며 “유일한 길은 복구한 무인기를 뜯어서 내장된 촬영자료를 확인한 북한 당국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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