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갑툭튀 보행자에 급브레이크 끽!…핸들 손뗀 자율주행 자욱한 안개도 거뜬했다
2023-09-17 10:59


무단횡단 등 교통혼잡 상황에도 자율주행 차량은 스스로 제어 가능 해 충돌하지 않는다. [이준태 기자]

[헤럴드경제=이준태·서영상 기자]“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도로로 나올 경우 안전성이 담보돼야 합니다. 현재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학습을 거듭하며 상당히 고도화됐습니다. ‘우비’를 입거나 키가 작은 보행자, 심지어 휠체어를 탄 보행자도 인식할 수 있습니다.”(최인성 교통안전공단 K-City 연구처장)

갑자기 보행자가 도로 위로 뛰어 들었다. 시속 40㎞ 가까운 속력을 내던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섰다. 사람의 제어 없이 차량의 센서 만으로 이를 감지해 정지했다. 신호등은 파란불이 켜져 있었지만, 작은 물체를 짧은 시간에 감지해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기자단은 자율주행 차량의 발전 단계를 보고자 경기 화성시 송산면 소재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K-City’를 찾았다. 자율차 맞춤형 주행시험장인 K-City는 대지면적만 36만㎡에 달할 만큼 넓은 규모를 자랑했다.


K-City 내부 실제 도로를 구성한 자율주행 시험장. [이준태 기자]

직접 둘러본 K-City는 하나의 작은 도시를 연상케했다. 공단은 해당 부지에 고속도로와 도심, 커뮤니티, 교외, 주차시설 등 5종 환경을 조성했다. 고속 주회로 트랙은 5.04㎞에 달했고 각종 건물과 톨게이트, 중앙분리대 등 실제 주행로에서 볼 수 있는 구조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특히 전 세계 주행시험장 중 유일하게 버스전용차로와 가로수길 등까지 갖추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 한국타이어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자율주행 차들의 시험 공간을 조성했지만, K-City만큼 넓은 공간은 아니다”면서 “현대차 남양연구소 등 자동차 업계 연구소 등과도 60㎞ 이내에 있어 자율주행차 시험하기 수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버스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이 핸들에 손을 떼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상황을 알리는 모습. [이준태 기자]


자율주행 버스로 울산 실 도로에서 시험운행한 바 있다. [이준태 기자]

K-City엔 36개 주행 시설이 구비돼 실제 자율주행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구비됐다. 이날 25인승 자율주행 버스를 직접 시승해 회전교차로를 통과했다. 급 커브 구간이었지만 차선 이탈이나 별다른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차 안 화면에선 전면과 좌우 측방 센서를 통해 여러 상황을 감지한 모습들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최 처장은 “자율주행차는 사람보다 인지 기능이나 센서 기능이 뛰어나다”며 “사각지대에 차량 위치 등을 보다 예측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K-City는 지난 2021년 2단계 고도화 사업까지 완료했다. 2단계 사업에선 운전자의 조작 없이 주행 가능한 레벨4 기술개발과 안전성 평가를 위한 가혹환경까지 추가하는 등 보완했다. 통신음영시스템과 기상재현시설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비·안개 등 악천후나 무단횡단 혹은 끼어들기 등 교통혼잡 상황, GPS가 교란된 터널 안 등 상황에서도 정상주행이 가능한 완전자율주행차 개발의 발판이 마련됐다.


기상환경재현시설에 안개가 가득 들어차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채로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특히, 이날 2단계 사업에서 새로 도입된 기상재현시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상재현시설은 눈·비·안개 등 악천후 상황을 재현한 터널로 지난 2021년 12월 왕복 4차선 규모로 준공됐다. 강우량은 폭우 수준인 시간당 60mm, 안개는 최소 시정거리 30m까지 재현된다.

실제로 기자단이 탄 버스가 시설에 들어서자 빗줄기가 몰아쳤고 운전석 앞 와이퍼는 쉴 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앞을 지날 때마다 안개로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웠고 버스 옆 차선만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김학선 자동차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터널이나 기상 악화에도 안전한 자율차 환경을 마련하고자 해당 평가 시설을 조성했다”며 “최근엔 기상재현시설에선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AEBS)까지 제어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기차·자율주행차 안전 기준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도 도로 상에서 배터리가 발화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자 발화 기준에 대한 안전도가 대두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배터리 검사 종류는 10건에 그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염수 침수와 하부 배터리 충돌 실험 등 12건에 달한다. 내년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차 중 배터리 발화 여부도 점검할 예정이다.


400kg에 달하는 배터리 자유낙하시험. [이준태 기자]


K-City 안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로 콘크리트 바닥으로 자유낙하를 해도 폭발하지 않을 만큼, 발화시험을 거친다. [이준태 기자]

시연된 배터리 자유낙하 시험에선 4.9m 상공에서 약 400kg에 달하는 차량용 배터리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다. 배터리는 충격을 받으면 리튬 특성 상 발화 위험이 높다. 배터리는 시속 36㎞의 속도로 떨어져 ‘쿵’하는 소리가 시험장을 가득 메웠지만, 건조한 환경에서도 불씨 하나 보이지 않았다.

문보현 교통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제부도에서 전기차 EV6가 바닷물에 침수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국내 제조된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데 수십 회 넘는 검사를 통해 안전한 배터리를 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K-City는 오는 2024년 완료를 목표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 기술개발과 주행영역 확장 등 기능 고도화를 위한 시험환경을 조성 중이다. 현재 구축된 2단계 골목길과 경사로 등 다양한 시험로를 구축하고 유턴과 자동차선변경, 추월 등 고도 기능개발 환경을 구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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