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까지 발목…中 부동산개발사, 환차손만 4조원
2023-09-18 10:47


중국 부동산 개발사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표기된 중국 지도 앞으로 한 중국 여성이 지나는 모습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부동산개발사들이 대규모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중국 본토에 상장된 부동산 개발사 상위 30개사 중 24개사의 미국 달러화 부채 환차손이 212억5000만위안(약 3조8900억원)을 기록했다.

닛케이는 아직 반기 실적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은 나머지 기업들의 손실까지 포함하면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고통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차손은 장부상 손실로 실제 손실 여부는 채권 만기일 환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위안화가 추세 하락을 이어가면서 불어난 환차손은 환율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동시에 이들 업체들에게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최근 1년 새 10%가량 하락하면서 지난 8일 달러당 7.351위안을 기록, 1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10베이시스포인트(bp) 낮추고 이어 최근 지급준비율을 25bp 낮췄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부 인하하고 계약금 조건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이같은 유동성 확대가 위안화 가치를 떨어트리면서 달러 부채 부담이 큰 부동산개발업체들에게 오히려 재정적 부담이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신규 국내 회사채 및 해외 선순위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디스 인베스터 서비스 홍콩지점의 세드릭 라이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에 대한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부동산 개발사들의 자금 조달이 시장 신뢰 약화로 인해 계속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당국의 여러 지원책에도 주택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전국적인 부동산 매매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정부와 인민은행의 노력에도 중국 가계는 주택담보대출을 조기 상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화룬(華潤·차이나리소스랜드) 등 국영 부동산 개발사들은 비(非)위안화 채무 익스포저를 줄이는 등 적극적인 사전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악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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