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또 와줬네” 이맘때면 이 회사 직원들은 ‘포장의 달인’이 된다
2023-09-20 15:51


19일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시몬스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지역 농산물인 복숭아를 포장 및 배송하고 있다. [시몬스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보세요, 이 정도면 포장의 달인 아니에요?”

19일 오전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시몬스 침대 본사 옆 2층짜리 물류 창고. 새하얀 벽과 바닥으로 마감된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소형 트럭이 타이어 자국을 내며 들어섰다. 다음 해 새로 출시 될 침대를 촬영해야 하는 시기에 스튜디오 바닥에 크게 검은 얼룩이 났는데도 30여 명의 임직원 중 어느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익숙한 듯 트럭에 다가가 짐을 내렸다. 상자 안에는 빼곡히 담긴 건 성인 주먹보다 훨씬 큰 황도 복숭아. 임직원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 보충재를 뜯고 종이 상자를 조립했다.

4구 짜리 트레이에 잘 익은 복숭아를 골라 담고 엽서를 넣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 같은 작업을 반복하기를 약 1시간. 과수원에서 갓 딴 3600알의 복숭아는 근사한 추석 선물로 거듭났다.


19일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시몬스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지역 농산물인 복숭아를 포장 및 배송하고 있다. [시몬스 제공]

이날 시몬스 임직원들이 직접 수확 및 포장한 황도 457상자는 서울 사무소와 전국 매장으로 바로 배송된다. 이뿐 아니다. 이틀 뒤에도 황도 343상자를 마저 완성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에는 백도 복숭아 1000상자를 협력 업체에 이미 선물했다.

시몬스가 파는 건 침대, 이곳에 모인 임직원들은 물류와 기획, 디자인, 운영지원, 마케팅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이들은 어느 새 가을 비가 길어지면 복숭아가 물러질까 걱정하고, 몇월에 어떤 품종의 복숭아를 수확해야 하는지 줄줄 외게 됐다.


19일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시몬스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지역 농산물인 복숭아를 포장 및 배송하고 있다. [시몬스 제공]

본업인 침대는 잠시 제쳐두고 임직원들이 복숭아에 몰두하는 이유는 시몬스의 남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철학에 있다. 특히 시몬스가 최근 5년 간 중점을 둔 분야는 사회,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다.

시몬스는 이천에서 나는 농산물을 구입해 협력 업체와 관계사 등에 선물하는 방식으로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농산물의 종류도 이천의 대표 농산물인 쌀에서 토마토, 복숭아 등으로 확대됐다.

특히 역대 가장 장마가 길었던 2020년, 수해 피해를 입은 과수원을 돕기 위해 복숭아 등 1억원 어치 농산물을 매입한 때를 기점으로 복숭아는 시몬스 임직원들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됐다.

강민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팀 대리는 “지역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려 임직원들이 발벗고 나서는 직장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생겼다”며 “덕분에 회사뿐 아니라 회사가 위치한 지역을 더 자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예솔 피플앤컬처부 사원은 “복숭아를 직접 따서 포장까지 해 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내 손을 거친 복숭아를 우리 식구들과 전 임직원들에게 나눌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시몬스 테라스에서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인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시몬스 제공]

시몬스와 지역 사회의 상생은 농산물 매입에서 그치지 않는다. 본사 옆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테라스’가 SNS 사진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덩달아 이천이 주말 근교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이곳에서 이천의 농특산물을 직거래하는 장터 ‘파머스 마켓’도 열린다.

김성준 부사장은 “침대가 구매 주기가 긴 제품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시몬스’라는 브랜드의 인상을 남기고 싶다”며 “지역 사회와 상생을 비롯해 다양한 ESG 경영을 통해 MZ세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