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도 개혁”…尹, 러시아 겨냥 이례적 경고장 [윤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2023-09-21 09:06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뉴욕)=정윤희 기자, 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맹비판했다. 국제 무대에서 특정 국가를 겨냥해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은 북러 간 무기·군사거래는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안보리 개혁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조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과의 무기·군사거래를 단행하는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13일 북러 보스토치니 정상회담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관련 언급을 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총회 참석에 앞서 지난 17일 AP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와 각종 국제 제재에 반하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라고 밝혔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엔헌장의 주권과 영토 보전 원칙을 침해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하고 국제 비확산 체제 창설을 주도한 당사국이 북한과 어떠한 무기거래도 금지하는 결의를 위반하려 하는 점이 “자기모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이런 모순이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며 안보리 개혁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같은 연단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안보리를 현재 국제사회 상황에 맞춰 개혁하자”고 말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제안했듯 미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거부권 행사를 억제하는 대처는 안보리의 강화와 신뢰 회복으로 이어진다”며 개혁을 촉구했다. 러시아를 겨냥한 안보리 개혁에 한미일이 일치된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대북 추가결의가 번번이 무산되고, 특히 북러 정상회담으로 안보리 결의 위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2차 세계대전 직후 승전국 위주로 구성된 안보리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안보리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실제 상임이사국이 확대된다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독일,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이른바 ‘G4’ 국가들은 상임이사국 확대에 찬성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등은 상임이사국 수만 늘릴 경우 대표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안보리 개혁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 정부는 한번 상임이사국이 되면 영구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구조가 정세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상임이사국 확대보다 정기적 투표를 통해 구성되는 일반이사국 확대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북러 간 무기·군사거래가 서방 국가들이 우려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안보의 문제라는 점을 설명했다. 대한민국이 북러 무기·군사거래에 위협을 받는 당사자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2024~2025년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회원국과 협력하면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20번 언급했다. 지난해 ‘자유’를 21번 언급한 것과 다른 점이다. ‘대한민국’에 이어 ‘디지털’ 15번, ‘엑스포’와 ‘세계’ 14번, ‘격차’ 13번, ‘평화’ 11번, ‘국제사회’ 8번을 언급했다.

반면 ‘비핵화’나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를 약속한다”, 기시다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을 붙이지 않고 언제든 직접 마주할 결의를 전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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