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운명의 날’…‘부결 호소’에, 野 “무엇도 예측불가” [이런정치]
2023-09-21 09:15


20일 국회 본회의장에 투표소가 눈에 띈다. 국회는 오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공개적으로 당 의원들에 부결 투표를 요청하면서 민주당 내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6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전격 선언했던 이 대표가 석달여만에 입장을 180도 뒤집은 데 대한 평가가 극명히 갈린 모습이다.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이후 확산된 부결 주장이 여전히 우세한 가운데, 이 대표의 부결 호소가 역효과를 초래했다며 막판 표 이탈로 인한 가결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적잖다. 가부를 떠나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에 완전히 갇혔다는 비판도 전방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국회는 2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를 밟는다. 앞서 검찰이 지난 18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을 묶어 이재명 대표에 구속영장을 청구한지 나흘 만이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도 빠르게 이뤄지면서 체포동의안 표결까지 속전속결로 이어지게 됐다.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그는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또 검찰이 국회 회기 중 영장을 청구한 것을 언급하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뜨리겠다는 꼼수”라며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입장발표 이후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최고위원회의가 체포동의안 부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다만 이를 당론으로 하지는 않고 의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회기 중 체포동의안 청구가 ‘정치검찰’의 행태로, 부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가운데 가결 주장도 표출됐다. 비명(비이재명)계 5선 설훈 의원과 친문(친문재인)계 전해철 의원, 비명 재선인 김종민 의원 등이 가결 투표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당 지도부 측에선 이 대표 메시지가 ‘고육지책’이었단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가결되면 ‘민주당이 이재명을 버렸다’, 부결되면 ‘민주당이 이재명을 방탄했다’ 둘로 갈릴텐데, 이 상황에서 무게추를 잰 것”이라면서 “현재 윤석열 정부와 싸우자는 당의 입장에서는 ‘분열보다 방탄’이 차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식 19일째인 18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건강 악화로 입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이 대표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본인과 당을 스스로 ‘방탄 프레임’에 갇히게 한 꼴이라며 비판적 시각이 커진 상황이다. 중립적인 성향의 중진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일구이언’(一口二言), 한 입으로 두 말을 한 꼴이 됐다”며 “내용이 너무 성급했고, 당의 결정을 믿고 맡겼어야 했다. 어제의 입장발표로 비명계 반발심을 더욱 키웠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부결을 호소한 데 대해서 “이제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 말고 이 대표 말을 신뢰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체포동의안 자체가 두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영장 청구 내용이 허위 날조라고 한다면 떳떳하게 나가서 재판부 판결을 받아보면 되는데,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인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석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현재 재적 국회의원 297명으로, 과반은 149표다. 국민의힘(111명)과 정의당(6명), 국민의힘 성향 무소속 의원(하영제·황보승희)들과 이날 오전 합당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양향자 무소속 의원까지 121여명이 가결표를 던지고, 여기에 민주당에서 28표가 이탈하면 체포안이 통과되는 셈이다.

앞서 지난 2월 첫 번째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표로 재석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시 169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는데도 반대표는 138표에 불과해 이탈표가 최소 31표 이상 나왔다는 분석이 뒤따르기도 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은 실제 투표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의원들이 본심을 꼭꼭 숨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도 예측할 수 없고, 그야말로 안갯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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