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무기 지원 끊겠다” 우방 폴란드 뿔났다…발끈한 이유는
2023-09-21 14:05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국방색 티셔츠를 입고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규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우방으로 무기 지원 등에 앞장선 폴란드가 우크라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농산물 분쟁에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우리는 폴란드를 더 현대적 무기로 무장하고 있기에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무기 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농산물 분쟁을 확대한다면 수입 금지 대상 우크라이나산 품목도 늘릴 것이라고 했다.

폴란드 외교부는 앞서 이날 농산물 분쟁과 관련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항의 뜻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 연설 중 농산물 수입을 둘러싼 "정치 극장판"은 러시아를 돕게 될 뿐이라고 한 바 있다.

폴란드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대사 초치 후 낸 성명에서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농산물 수입과 관련해)일부 유럽연합 국가들이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면서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가장했다고 말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에 페이스북에서 "폴란드에 감정은 접어둘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가장 강력한 동맹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폴란드의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침공을 받아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등 농산물 수출에 차질을 빚은 우크라이나는 육로와 다뉴브강 수로 등을 통해 인접 유럽 국가로 수출을 늘렸다. 하지만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유입으로 동유럽에서 가격 폭락 등 부작용이 생겼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폴란드, 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5개국에 대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을 수입해 판매하지 못하게 하고 경유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EU는 4개월 만인 지난 15일 이들 5개국의 시장 왜곡 현상이 해소됐다며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다음 날부터 해제했다.

하지만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EU의 결정에도 자국 농민을 보호하겠다며 자체 금수 조처를 유지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이들 3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갈등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지난달에도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폴란드 대통령 보좌관인 마르친 프르지다츠는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년, 몇 달 동안 폴란드가 그들을 위해 해 온 역할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 간 신경전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가 "유럽 전체를 방어하는 진정한 방패"라며 추켜세웠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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