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목사 벌금형 확정…“교회 전도사도 근로자”
2023-09-22 06:38


서울 서초구 대법원. [헤럴드DB]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업무에 관해 담임목사의 구체적 지시·감독을 받고, 실질적으로 근로 대가를 지급받았다면 교회 전도사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를 받은 목사 A씨에 대해 지난달 31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원도의 한 교회 담임목사인 A씨는 이 교회에서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전도사로 사역활동을 하다 퇴직한 B씨의 임금 7995만원과 퇴직금 1758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2020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B씨는 이 교회에 사역을 지원하면서 연봉제로 시무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취지 서약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구체적 근로 내용이나 근로조건, 근로대가에 대한 기재는 없었다.

1심은 “B씨가 전도사로서 담임목사인 A씨의 업무지시를 받으며 사역활동 및 교회행정 업무를 했고 정액의 월 사례금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회에서 종교 활동으로 교인들을 신앙생활로 이끄는 업무를 주로 했고, 교회는 교인들의 자발적 헌금으로 운영되는데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와 B씨 사이에 노무 수령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 검찰은 A씨가 미지급한 임금을 7686만원, 퇴직금을 1722만원으로 수정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2심은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인정하면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진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 근로관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B씨는 A씨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 지시 감독을 받았다”며 “B씨의 업무 내용에 예배, 심방 등 종교활동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하더라도 오로지 본인의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B씨가 작성한 서약서에 ‘연봉제’라는 표현이 기재됐고, 교회 업무를 수행한 시간 및 서약서상 겸직금지 조항 등에 비춰 급여는 생계수단이어서 이를 사례금이나 생활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B씨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교회를 사업장으로 하는 ‘직장가입자’로 가입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근로자성을 전제로 사회보장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B씨의 근로자성에 대한 2심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봤다. 다만 일부 미지급 임금 부분과 관련해 근로기준법이 정한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해 미지급 임금 전액에 관해 근로기준법 위반죄 고의가 인정된다고 본 것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파기 환송했다.

다시 열린 2심(파기환송심)은 첫 대법원 판단을 바탕으로 미지급 임금을 총 5151만원, 퇴직금을 1722만원으로 보고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두번째 대법원 심리에선 이러한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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