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지옥” 교사 유서에도 ‘순직’ 인정 안됐다
2023-09-22 11:07


“그만 두지 못하며 매일매일 지옥문으로 들어서는 것이 힘들다. 나에게 학교는 지옥이다. 뭔가 형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학교에 나와 다른 선생님 얼굴 마주치는 것도 두렵다.”

2018년 만 44세의 나이로 사망한 교사 A씨의 유서다. A씨는 새로운 학교에 부임한 이후 4개월 만에 교실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폐교 위기인 학교에 부임해 3개월 동안 6개의 신규 사업을 진행했다. 퇴근 후 집에서 계속 일을 했고, 주변에는 학교 업무로 힘들다고 부쩍 자주 말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A씨가 공무가 아닌 ‘개인적 이유’로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교육공무원 10명 중 8명은 학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도 순직(업무상 사망)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무원 자살 순직 승인율의 절반도 못 미친다.

22일 인사혁신처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공무원 직종별 자살 순직 현황’에 따르면 자살 교육 공무원에 대한 순직 승인율은 15%에 불과했다. 2018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20명의 자살 교사 유가족이 순직 인정을 신청했고, 이중 3건만 순직으로 승인됐다. 교육공무원에는 유·초·중·고·특수 학교의 교사와 교장·원장, 대학교와 전문대학의 교수와 조교, 기타 교육연수기관 종사자, 장학관과 교육연구관 등 교육전문직 등이 속한다.

순직을 결정하는 기관은 인사혁신처다. 유가족이 순직을 신청하면 공무원연금공단은 사실조사서를 작성해 인사혁신처에 넘기고, 인사혁신처는 심의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불복할 경우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교육공무원의 순직 인정 비율은 다른 직종에 비해 특히 낮은 편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직종별 순직 승인율은 ▷소방공무원 54.16% ▷경찰공무원 57.89% ▷일반(소방·경찰·교육직을 제외한 직종) 30.43%이며, 교육공무원을 포함한 전체 공무원의 순직 승인율은 36.36%였다. 2018년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으로 더많은 공무원과 유가족들이 적합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직종별로 편차가 유지되는 등 개선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업무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판단 기준, 사회적 편견 등 순직 인정을 막는 불합리한 요인은 여전히 많다.

황유진 교사노동조합연맹 수석대변인은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면 일단 쉬쉬하고, 원인도 우울증 등 개인사로 종결하는게 대부분이다. 서이초 사건도 발생 초반 곧바로 우울증 이야기가 나왔다”며 “중요한 건 우울증이 발병한 원인이다. 개인의 일로 치부하고 업무 관련성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으니 순직 사례가 축적되지 않고, 이는 (다음 사망자와 유가족이) 순직을 신청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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