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유럽 현지생산으로 ‘EU 견제망’ 넘는다
2023-09-26 11:04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연합(EU)의 규제를 피해 현지 생산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참관객들이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차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의 유럽 현지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산 전기차를 막으려는 유럽연합(EU)의 견제망을 뚫기 위한 묘책으로 보여진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업체들이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을 둘러싼 마찰을 피해 잇따라 유럽 현지 생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영 자동차제조사인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의 한 임원은 “이달부터 유럽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짓기 위한 입지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제조사인 비야디(BYD)의 고위 관계자는 이달 초 “독일 뮌헨 모터쇼에서 독일 내 생산공장 설립 장소를 모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BYD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입지 선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최대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 제조사인 창청자동차(Great Wall Motors)도 유럽 생산에 뛰어든다. 닛케이는 창청자동차가 독일과 헝가리, 체코를 새 공장 입지 후보로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리자동차의 경우 영국 내 제조공장 건설을 현지 관계자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유럽 현지 생산 강화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노골적인 견제에도 불구하고 유럽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독일 분석기관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차의 비율은 지난 2019년 0.5%에서 올해 7월 기준 8.2%까지 성장했다.

앞서 지난 13일 EU는 중국산 전기차가 불공정한 국가보조금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국가 보조금 덕에 중국 전기차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시장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는 판단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정책연설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탓에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불공정한 보조금 정책이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프랑스 정부가 전기차 생산 전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을 따져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프랑스판 IRA(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발표했다. 석탄 연료 의존도가 높은 중국산 전기차 대부분이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사실상 값 싼 중국산 전기차를 정면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견제 기류가 강화되자 중국 정부까지 완성차업체들의 현지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실제 자동차산업을 관활하는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신궈빈 부부장은 “중국 기업의 현지 공장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 제조사들도 현지 생산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지난해 12월 첫 해외 생산시설인 독일 아른슈타트에서 생산을 개시한 데 이어 헝가리에도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고션하이테크 역시 지난해 독일 괴팅겐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착공했고, 중국 SVOLT 에너지 테크놀로지도 지난해 독일 내 두번째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닛케이는 중국 자동차산업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은 과거 자동차와 관련한 각종 무역 마찰 사례를 교훈으로 다양한 대응 방법을 배웠다”면서 “하지만 현지 공장 설립이 EU의 입장 완화로 이어질 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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