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류승룡, “두 아들이 주원 액션 보고 펑펑 울더라…‘우리 아빠 맞어’”
2023-09-26 14:05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무빙’은 디즈니+의 대박 콘텐츠다. 배우 류승룡은 ‘무빙’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여기서 류승룡은 무한재생 초능력을 감춘 채 치킨집을 하면서 딸 희수(고윤정)를 키우는 평범하고도 애틋한 아빠 장주원 역할을 맡았다. 하드코어한 액션 액션 뿐만 아니라, 순수초보연애남으로서 보는 이들까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애절하면서 가슴 먹먹한 로맨스, 가족을 지키려는 한국형 히어로 등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마치 류승룡이 긴 호흡의 20부작 ‘무빙’에서 지난 20년간 연기생활을 하면서 쌓은 필모그래피를 총 망라하는 듯한 연기를 펼친 결과물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25일 서울 종로구 카페 골목숲에서 류승룡을 만나 인터뷰 했다.


-‘무빙’을 끝낸 소감은?

▶18~20화를 큰 극장에서 배우들과 팬들이 함께 봤다. 시사회도 아니고 시리즈물 마지막 부분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메가톤급 인기를 예상했는지.

▶그건 어렵다. 원작 웹툰을 예전에 보기는 했다. 하지만 요즘은 빠르고 짧은 걸 선호하지 않나. 이렇게 클래식하고 진중한 것을 좋아할 수 있을까? ‘무빙’은 ‘토지’ 처럼 긴 호흡의 시리즈물이라고 생각한다. 정주행도 못하고 1.5배속으로도 볼 수 없어 불만도 있었겠지만, 캐릭터와 서사를 이해하게 되면서 점점 쌓이는 것 같았다. 관객은 솔직했다. 우리는 끝까지 조마조마했지만, 진심을 얘기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배우들이 툭툭 던지는 말들에 시청자들이 건강하게 반응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못보면 죽을 것 같아서요’ 등등의 문장에 큰 반응을 표시해줬다는 건 맥락을 우리보다 더 잘 이해했다는 뜻이다.

MZ세대들이 이런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공감해주셨다. 강풀 작가님도 옛날 나이로 50세다. 세대간의 ‘브릿지’ 역할까지 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어떻게 캐스팅됐나. 강풀 작가님이 섭외했나.

▶나는 그 라인은 아니다. ‘킹덤’을 할때 인연을 맺은 박인제 감독님이 연락을 주셔서 미팅을 하게됐다.

-장주원 캐릭터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간적인 면모다. 재생 능력은 있지만 마음은 상처를 받고 치유되지 않는다. 마치 어린 아이 같다. 이런 주원에게 선한 위로와 방향 제시를 해주는 사람이 지희(곽선영)다. 한 사람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통틀어 최고의 초능력자는 지희(곽선영)라고 생각한다. 주원을 변화시켰으니까. 삶의 방향을 모르는 주원은 김두식(조인성)을 만나 죽을 뻔 한 고비를 넘긴다. 두식은 주원이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인식시켜준다. 나는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주원을 류승룡이 맡아 더 돋보였다는 반응이 많다.

▶원작이 훌륭하다. 거친 면이 많다. 20대부터 현재까지 그려냈다. 긴 호흡으로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지를 보여준다. 짧은 시간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다행히 여러 작품들 하면서 쌓아놓은 게 도움이 됐다. 훌륭한 콘텐츠가 많은 곳에서 태어나, 여러 작품을 통해 공부하고, 경험을 쌓은 게 ‘무빙’에서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다.


-액션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집에서 좋은 것 많이 해줬다. 집에다 액션에 대한 얘기는 안했다. 중3고3 두 아들이 액션 장면을 보고 펑펑 울었다.100대 1로 싸우고, 무장공비와 싸우고, 계속 구르는 장면을 보고 ‘우리 아빠 맞어’라고 했다. 게임을 통과하면 또 적들이 있고, 또 나타나는 도장깨기 처럼, 산전수전 다 겪는다. 액션 마다 대상이 다르다. 1박2일간 찍은 원테이크 액션은 무술팀과 카메라팀이 최고를 만들려고 했다. 주원이 무협지를 빌리기 위해 들어갔다가 김두식이 살려주는 것 까지의 액션은 특히 신경 써 만들었다. 액션은 기교의 나열이나 잔인함의 전시가 아니라 사연과 서사, 감정이 있어야 한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보는 분들에게 행복을 주겠구나 하면서 찍었다. 스트레칭과 리허설을 많이 했다. 안전이 모토였다. 다치면 현장이 큰 손해다.

-딸로 나오는 희수(고윤정)와 케미가 좋았다.

▶딸은 아들과는 다른 감성이 있음을 안다. 내가 별로 집중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윤정이가 ‘아빠’ 하고 부르며 살갑게 대해줬다. 윤정과 찍으면서 가족에 대한 의미를 또 알게됐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게 초능력이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보시라.

-‘무빙’만의 남다른 지점은

▶이렇게 긴 호흡은 처음이다. 시대와 세대를 다 그린 것도 처음이다. 인간의 희노애락, 감정변화를 한 작품에 쏟아낸 것도 처음이다. 현장 가는 게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셀레고 행복했다. ‘무빙’ 현장 스태프 생각이 많이 난다. 스태프들과 배우의 케미가 좋았다.


-용두사미가 아닌 용두용미라는 반응이다. 시즌2는.

▶우리는 관객에게 평가받는 직업이다. 18~20화를 극장에서 보면서 긴장했다. 다행히 용두용미라고 해주시니 안도가 됐다. 여러 떡밥을 모두 회수해,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며 또 다른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끝까지 심혈을 기울여 섬세하고 예민하게 잘 만들어줘 감사하더라. 시즌2는 들은 바는 없지만, 간절히 원하는 바다.

-세 작품 연속 치킨집이 나온다. ‘조류계의 아이돌‘이라는 말까지 있던데.

▶다음 작품도 ‘닭강정’이다. 한돈협회 말고 한계협회에서 불러주면 닭을 많이 소비하게 해주고 싶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무빙’도 마음을 움직였고 소중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각성,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누군가의 한마디에 마음이 치유되고 인생이 바뀐다. 연기는 감정을 세공하는 일이라 어렵지만, 배우로서 작품을 통해 위로해주고 싶고,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해내고 싶다.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나.

▶마음을 여는 초능력을 갖고싶다.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다쳐, 마음을 닫고 사는데, 만약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그런 분들을 치유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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