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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코로나 엔데믹 이후 재개된 국내외 여행에 항공업계는 활기를 되찾았지만 항공 승무원 등 업계 종사자들은 행복하지 않은 모습이다. 장기간 비행에 따른 격무에 진상 승객에게 입은 마음의 상처까지 더해져 비행기에서 내리는 승무원이 점점 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은 항공 승객이 위협적이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한 사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3월 720건으로 급증한 기내 난폭행동은 이후 감소했지만 월 400건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역시 기내 난동사건은 2021년 835편당 1건에서 2022년 568편당 1건으로 잦아졌다고 분석했다. 오는 10월 체코 프라하에서는 기내 난동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이다.
10년 이상 비행은 한 승무원 리치 핸더슨은 “17시간을 비행하는 동안 방해가 되는 승객을 상대한 것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면서 “그 승객은 나에게 컵을 던지고 내가 쓸모 없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IATA는 마스크 착용이 더이상 의무화되지 않자 기내 흡연이 늘었고 안전벨트 착용 지시 거부, 과도한 음주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팬데믹 동안 사람들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듯 하다”며 “승무원으로서 만족감을 주고 흥미진진했던 부분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잦아지는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장시간 근무도 승무원들의 고충 중 하나다.
네덜란드 승무원 줄리아나 올리베이아는 “어떤 날은 하루 12시간, 15시간씩 일을 해야 해 너무 피곤하지만 다음날 또 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지연될 경우 승무원이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어 지연을 즐긴다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오해에 가깝다. 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에 따르면 미국 승무원은 14시간을 일할 경우 퇴근해야 하지만 승무원들은 비행기 엔진이 켜질 때 부터 시동이 꺼질 때까지만 근무 시간이 인정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특히 1년차 승무원은 장시간 근무에 더 많이 노출된다. 입사 1년만에 퇴사를 결정한 에센스 그리핀은 “대부분의 항공사는 연공서열이 높을수록 일정을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다”며 “저연차 승무원들은 예측 불가능한 일정에 시달리고 고립된 삶에 시달리다 퇴사를 결심한다”고 전했다.
격무와 승객과의 갈등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승무원도 늘고 있다.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승무원을 위한 지원과 조언을 제공하는 승무원 정신 건강 비영리 단체인 th|AIR|apy의 설립자 나스타샤 루이스는 “2021년 문자메시지를 통한 상담 서비스를 시작하자 마자 1만건의 상담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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