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제가 영화를 찍었는데도 제가 영화에서 뛸 때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보면서 울컥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선 제가 1등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배우 임시완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7일 개봉한 '1947 보스턴'을 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1947 보스턴'은 지난 194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서윤복 선수의 실화를 그린다. 임시완은 주인공인 서윤복으로 분했다. 실제 인물을 다뤄야 하는 만큼 그의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대단한 실존 인물로 분한다는 자체가 큰 책임감을 동반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품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태극 마크를 단 국가대표로 살자고 맘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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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은 깡마르지만 다부진 체격의 서윤복의 외형을 닮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혹독한 마라톤 훈련은 물론, 식단 조절까지 철저히 했다. 촬영 기간까지 포함하면 총 8개월 동안 마라토너의 삶을 산 셈이다. 꾸준한 유산소와 근력 운동 덕분에 그의 체지방률은 한때 6%대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그는 이번 영화가 "몸을 만드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고 했다.
"근육을 탄탄하게 유지하려면 촬영 컷과 컷 사이에 계속 근력 운동으로 해서 근육의 텐션을 유지해야 했어요. 그게 뛰는 것보다 고생이었죠. 그런데 6%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어요. 다부진 몸을 가진 서윤복 선수를 닮아가야겠다고 생각한 것 뿐이죠."
웃통을 벗고 운동하는 장면을 찍을 땐 이틀 동안 물을 아예 마시지 않기도 했다. 화면에서 그의 근육이 더 잘 드러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극한까지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틀 동안 물을 끊으니 눈 앞이 흐릿해질 정도로 앞이 안보이더라고요. 너무 아찔한 경험이어서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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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강제규 감독의 신작이다. 강 감독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거장이다. 임시완은 강 감독과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큰 존경심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 작업 자체가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놀이터 같은 공간에서 배우들이 뛰어놀고, 그걸 담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강 감독님의 놀이터는 굉장히 크게 느껴졌어요. 제가 어디서 어떻게 놀아도 감독님이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죠. 그 어떤 압박이나 유도 같은 것도 없었죠. 그래서 큰 존경심이 생겼어요."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한 임시완은 어느덧 배우 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는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부터 '비상선언'(2022)의 진석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맡으며 안정된 연기를 자랑한다. 그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연기의 매력을 느낀다며 여전히 설렘을 나타냈다.
"연기라는 것이 어떠한 감정과 과정을 거쳐서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이잖아요. 그 과정 자체가 숭고하게 느껴져요. 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의 고유 영역이랄까요. 그게 연기의 가장 큰 매력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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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의 연기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다만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며 많은 경험을 쌓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임시완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까진 어떠한 것도 담아낼 수 있는 연기자가 되자는 게 목표였어요. 캐릭터로서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백지화 시키는 과정이 주안점이었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임시완 배우가 가지는 색깔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더 극대화해서 임시완이기에 할 수 있는 연기, 임시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가치관을 하나의 기둥으로 만들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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