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AP]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러 보스토치니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주변국이 치열한 국익외교를 펼치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중국의 전략이 주목된다. 중국은 북러와 일정거리를 두면서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미국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전략으로 돌파하려는 모양새다.
북한의 7.27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부터 9.9절(북한 정권수립 기념일)까지 중국은 북한에 성의를 보이면서도 과거와 비교할 때 일정부분 거리를 두는 외교전략을 취했다. 전승절에는 서열 24위인 리훙중(李鴻忠)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냈고, 9.9절에는 류궈중(劉國中) 중앙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가 대표단으로 방북했다.
2018년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에는 권력 서열 3위의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방북했던 것에 비춰 격을 낮춘 대표단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미사일 도발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위험한 거래’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지는 상황과 거리를 두는 전략이다.
북한 역시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면서 개막식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 간 친서를 교환하며 일정부분 관계를 관리하는 상황이다.
미중 외교안보 라인의 최고위급 인사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지난 5월1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
중국은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중러 정상회담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은 유엔총회 참석 계획을 바꿔 모스크바로 향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러시아로 향하기 전 제3국인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12시간 동안 회담을 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중러 협력 구도에서 중국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초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의 참석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국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
주한중국대사의 외교발언 논란으로 악화됐던 한중 관계도 최근 잇따른 고위급 교류를 계기로 새국면에 들어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났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시 주석과 만났다.
특히 한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와 대비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 백악관은 “각국이 자국민에 최선의 이익을 위해 주권적 결정을 내리는 것을 존중한다”(25일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이 방한 문제를 먼저 언급할 정도로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한미일 밀착 공조에 대해 견제하고 있다. 시 주석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한중)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쏘아올린 치열한 외교전은 유관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계산기를 누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10월 중러 정상회담과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북에 주목하는 동시에 북중 정상 간 만남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9월23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저장성 항저우 시후 국빈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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