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전여빈 "꿈꿔왔던 영화적 순간…촬영 전후 내가 달라졌다"
2023-09-30 15:46


[바른손이엔에이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송강호 선배와 눈을 마주 보고 에너지를 주고 받는 건 배우로서 꿈이었어요. 꿈의 실현의 기회가 왔으니 맘을 더 차분하고 강하게 먹자고 생각했죠.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고 싶었거든요. 그럼에도 같이 연기할 땐 설레고 들뜨는 맘을 어쩔 수 없더라고요."

배우 전여빈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거미집'에서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거미집’은 1970년대 걸작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감독이 결말 장면을 다시 찍으면서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영화 ‘놈놈놈’, ‘달콤한 인생’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약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거미집’은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전여빈은 극 중에서 영화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인 신미도로 분했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캐릭터로 김열 감독(송강호 분)의 영화 재촬영에 유일하게 동조하며 이를 밀어붙이는 인물이다.

"미도를 보고 떠오른 건 불도저였어요. 엄청난 쇳덩이인데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 쇳덩이요. 미도와 같은 열정적인 태도를 스스로에게 고취시키려고 노력했어요. 다 끝나갈 땐 미도에게 고맙더라고요. 글 속에서 사는 캐릭터가 주저앉아있는 듯한 저를 계속 일으켜주는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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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은 여러 배우들의 앙상블이 특징이다. 배우들이 주고 받는 기막힌 티키타카와 호흡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전여빈도 이를 살리기 위해 현장 감각을 최대한 열어두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많이 지켜봤어요. 그들과 어울리되 제 색깔은 제대로 살려낼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고민했죠. 배우들의 호흡과 대사를 보면서 리듬과 에너지를 따라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김 감독과의 작업은 영화 '밀정'과 '인랑'에 이번이 세 번째다. 다만 앞선 두 작품에선 모두 단역으로 출연해 감독과 주연 배우로서의 만남은 처음이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김 감독의 디렉팅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김 감독님의 디렉팅을 받을 일이 그전엔 거의 없었다 보니 디렉팅을 받는 소통은 어떤 순간일까 궁금했어요. 김 감독님은 굉장히 집요하고 치열한 방식의 연출자라는 걸 느꼈어요. 제가 미도로서 표현할 수 있는 걸 새롭게 할 수 있었죠. 감독님은 조용하신 분인데 스탭부터 단역 배우들까지 사람들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해주셨어요."

전여빈은 김 감독과 김열의 유사성도 발견했다고 했다.

"김 감독님은 조용하신데 영화에 대한 열정 온도가 높아요. 어떤 걸 일궈내겠다는, 세공되지 않은 보석을 세공하겠다는 집념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김열과 표현 방식은 다른데 어떤 부분에선 김열과 같은 면모가 느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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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은 전여빈에게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작품이다. 칸을 입성하게 해준 작품이자 무엇보다 배우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굉장히 원해왔던 영화적인 순간이었어요.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어느 하나라도 흘리는 것 없이 모든 걸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죠. '거미집'을 마치고 나니 전과는 다른 제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맘의 진폭이든, 영감의 진폭이든, 좀 더 짙어지고 넓어진 느낌이에요. 1cm라도 더 커진 느낌이랄까요."

2015년 영화 '간신'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전여빈은 약 8년 동안 스무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전여빈에게 연기가 재밌는 이유를 묻자 그는 '광대무면'을 꺼냈다.

"어릴 때부터 '광대무면'이란 사자성어를 맘 속에 품고 살았어요. 배우의 맘과 닮아있는 것 같았거든요. 예상하지 못한 표현의 영역이나 제가 고찰하고 싶은 영역을 글을 통해서 만나서 배우로서 한없이 넓어지고 물들고 싶은 욕망이 큰 것 같아요. 그냥 제가 재료로서 맘껏 쓰이고 싶어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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