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삼성 상대할 수 있겠어?” 공장 짓는데만 10년 걸린다는 롯데바이오
2023-10-04 20:21


롯데바이오로직스 바이오 플랜트 조감도[롯데바이오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괜찮을까?”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추격에 나선다. 삼바 공장 바로 길 건너편에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공장 설립에 들어간 것.

삼바를 추격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관건은 가동 시기다. 롯데바이오 신규 공장 가동하기까지는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도 삼바의 절반 수준이다. 그 사이 삼바는 더 빠른 속도로 공장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격차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벌어지는 셈이다.

롯데바이오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바이오 플랜트 건립을 위한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토지매매 계약에 따라 롯데바이오는 2030년까지 송도 11공구 KI20 블록(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418, 418-9)에 3개의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한다. 공장은 플랜트당 12만ℓ씩, 총 36만ℓ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 공장이다.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 및 완제 의약품 시설에 대한 추가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주목되는 건 가동 시점. 1공장은 2025년, 2공장은 2027년 그리고 3공장은 2030년 준공이 목표다. 롯데바이오는 2034년 전체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부터 10년 후에나 모든 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생산 규모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절반 수준이다. 2011년 설립돼 이미 4공장까지 완공한 삼바는 현재 총 60만4000ℓ 생산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서 짓고 있는 제2캠퍼스에서도 이미 5공장이 착공에 들어갔다. 2025년 완공이 될 5공장까지 더하만 삼바의 전체 생산능력은 78만4000ℓ가 된다. 반면 2034년이 되어도 롯데바이오의 총 생산 역량은 절반 수준인 40만ℓ(미국 시러큐스 공장 4만ℓ 포함)에 그친다.

롯데바이오가 국내 공장 부지로 인천 송도를 택한 이유는 송도가 국내 바이오 산업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송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송도는 지리상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워 의약품 수출입 등에 유리한 조건”이라며 “무엇보다 바이오 관련 인재들이 이곳에 많이 유입되고 있다. 신규 바이오 기업으로서는 인재 유치를 위해 송도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가 송도를 택한 이유는 삼바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읽힌다. 롯데바이오는 삼바 출신 이원직 대표가 이끄는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 기업이다. 삼바와 직접적인 경쟁사일 수 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캠퍼스 부지(파란색 부분)와 롯데바이오로직스 공장 부지(빨간색 부분)[구글 지도]

특히 롯데바이오의 신규 공장은 삼바 제2캠퍼스 부지 바로 길 건너편에 지을 예정이다. 걸어서 4분거리인 말 그대로 '코 앞'인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의 사업 진출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거라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CMO 사업 성공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속도'인데 사실상 속도 측면에서 롯데바이오가 삼바를 따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10년 후에는 삼바의 생산 능력이나 노하우는 더 쌓여 그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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