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화재청의 발굴허가를 받아 부여군과 재단법인 백제역사문화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부여 가림성 발굴조사에서 백제시대와 신라-발해가 양립한 남북국시대(7~10세기) 성벽과 배수체계가 확인됐다.
부여가림성 성벽과 배수시설
충남 부여군 장암면 지토리 산154번지 부여 가림성은 백제 사비도성을 보호하는 거점산성으로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백제 동성왕 23년(501년) 8월에 가림성을 쌓고 위사좌평(왕을 호위하고 왕궁을 지키는 일을 맡았던 백제의 제1품 관직) 백가에게 지키게 하였다’는 내용을 통해 축조연대, 명칭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가림성에 대한 발굴조사는 1996년 동문지와 남문지를 시작으로,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이 조사들을 통해 백제~조선시대 성벽, 수구지(성 안의 물을 흘려 내보내기 위한 시설의 터), 집수지(성 안에서 식수 등의 물을 모으기 위해 만든 시설의 터), 건물지 등을 확인한 바 있다.
발해와 신라가 양립하던 남북국 시대에 만들어진 부여 가림성 집수시설
이번 조사구역은 가림성 북성벽 일대로, 조사 결과 백제~남북국시대(‘통일신라’라는 표현은 고구려의 후예인 발해를 우리역사에서 배제하는, 동북공정에 부합하는 것으로 적절치 않음)를 의 성벽이 확인되어 그 활용과 관리 양상을 파악하였으며, 특히 동성왕대에 축조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성벽 가운데를 관통하는 배수로는 백제시대 성벽에서 처음 확인된 자료로써, 당시 유수(流水, 흐르는 물)의 관리와 효과적인 배수체계를 구축한 백제인의 기술력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성 안에 물을 모으기 위한 집수시설 역시 여러 시대에 걸친 증·개축 양상이 관찰되는데, 이는 기존의 시설을 재활용하여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중 특히 발해와 신라가 양립한 남북국 시대 집수시설은 경사진 암반을 그대로 이용하여 원형으로 축조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성(城)’자가 음각된 토기
남아 있는 규모는 지름 15m, 깊이 2.8m로 상당히 큰 편이고, 집수시설 내부에서는 ‘성(城)’자가 음각된 토기 등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집수 외에도 건물의 안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던 제의(祭儀) 장소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문화재청 백제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사업추진단은 부여군과 함께 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유적의 진정성 있는 정비와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백제왕도 핵심유적 발굴조사 종합 계획(마스터플랜)에 따라 체계적인 조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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