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지에 이름을 적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문과와 이과 구분이 완전히 사라진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내신 평가 방식은 기존에 예고했던 고등학교 1학년 상대평가, 2~3학년 절대평가 대신 고1~3 모두 절대평가·상대평가 점수 병기로 바뀐다.
10일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국가교육위원회(위원장 이배용)에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된다. 국가교육위원회 논의와 대국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올해 확정할 예정이다.
▶국영수 선택 과목 없애고 통합 사회·과학=2028학년도 수능은 국어, 수학, 사회·과학 탐구, 직업탐구 영역 모두 선택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시험을 보게 된다. 2022학년도부터 통합 수능이 시행 중이지만 선택 과목 체계로 여전히 학생들이 계열에 따라 구분되고 선택 과목에 따른 대입 유불리가 발생하는 상황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현재 수험생들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따라 수능 국어, 수학 영역은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을 조합해 치르고 있다. 국어 영역의 경우 독서와 문학을 공통 과목으로 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 2과목 중 1개를 선택해 응시하고 있다. 수학 영역은 수학Ⅰ과 수학Ⅱ이 공통 과목이며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3과목 중 2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이같은 구분을 없애고 국어(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수학(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통합으로 응시한다. 영어와 한국사는 기존과 동일하게 공통 과목만 절대 평가한다.
탐구 영역 변화도 크다. 2028학년도부터 모든 학생이 통합 사회·통합 과학 과목 시험을 보게 된다. 현재는 사회 9과목, 과학 8과목 등 총 17과목 중 최대 2개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문·이과 구분 없이 수험생의 선택에 따라 한국지리, 물리학Ⅰ 등 사회, 과학 탐구 영역을 함께 치를 수 있지만 실제 2개 영역을 조합해 치르는 학생은 3%에 불과하다. 2028학년도부터는 수능을 통해 융합 학습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내년 하반기 중 통합 사회·통합 과학 예시문항을 공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현행 수능 체제가 입시 불공정을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선택 과목 체계에서는 문과, 이과 계열에 따라 선택 과목이 확연히 구분되는데다 이과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의 표준점수가 더 높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주로 문과 학생은 확률과 통계를, 이과 학생은 미적분을 선택한다. 같은 원점수라도 대입에 반영되는 표준점수(평균과의 차이를 점수로 환산)는 미적분 선택 학생이 확률과 통계 학생보다 높다. 이과 학생들은 선택 과목의 높은 표준점수를 무기로 경영학과, 경제학과 등 문과 상위 학과에 교차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총 9개인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 ‘심화수학’ 영역을 신설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고난도 수학에 해당하는 미적분Ⅱ, 기하 과목을 통합수학과 별도로 신설하되, 절대평가로 점수를 산출해 시험 부담은 완화하는 안이다. 심도 있는 수학 공부를 원하는 학생과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일종의 고급 수학 영역을 분리하는 방안이다.
▶내신 9등급→5등급 완화, 상대·절대평가 병기=고교 내신 평가 방식도 바뀐다. 우선 내신은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된다. 200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포함된 이후 20년 만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1등급(4%) 학생수가 줄어들고 교내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등급 10%, 2등급 24%, 3등급 32%, 4등급 24%, 5등급 10% 순이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절대평가가 전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분간은 상대평가도 병행한다. 고1~고3 모두 성취평가와 상대평가(5등급) 점수를 병기한다. 당초 교육부는 지난 2021년 고교학점제 도입 발표와 함께 고1 내신은 기존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고2~고3 내신에는 A·B·C·D·E등급 성취평가제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 수업처럼 학생들이 진로,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듣고 졸업하는 제도다. 상대평가가 유지될 경우 도입 취지와 달리 내신 성적에 유리한 특정 과목에 학생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성취도에 따른 절대평가 방식인 성취평가제 도입을 예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연착륙을 위해 당분간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절대평가에 따른 내신 성적 부풀리기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교육평가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분 시행 중인 내신 절대평과 모니터링 경과 A등급 비율이 정상 범위인 10%를 넘는 학교가 대다수였다. 일반고 22%, 외고 48%, 과학고 59%, 자사고 33% 등이다. 또 고1 내신 성적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학교를 자퇴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성취평가제 안착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대학과 학부모가 내신 성적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절대 평가를 내실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4년 상반기까지 국가수준 평가 기준을 개발·보급하고, 뒤이어 국가·시도 평가관리센터를 중심으로 고교 평가 역량 강화를 위한 자료를 개발·보급할 방침이다. 핵심·선도교원 3000여명을 선발해 평가 역량 강화 연수도 진행한다.
수능 출제위원회 구성·선정 과정도 변한다. 출제 경력을 바탕으로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해 수억원의 수익을 얻는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훈령 제정을 통해 사교육 영리 행위자는 출제위원 대상자에서 원천 배제한다. 출제·검토 위원은 검증된 예비 인력 내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한다. 수능 출제·검토위원의 과세 정보를 확인해 영리 행위 허위 신고 소지도 사전 차단한다. 고등교육법에 출제 이후 5년간 수능·모의평가 참여 경력을 이용한 사교육 영리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을 방침이다. 교육부는 10월 초까지 학부모 12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개편안에 대한 긍정 평가가 87%라고 덧붙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입제도는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능과 고교 내신이 공정과 안정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학생, 학부모, 고교, 대학 모두의 의견을 경청해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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