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해서만 엄격, 어머니 같았던 김남조”
2023-10-11 11:16


10일 타계한 김남조 시인의 빈소가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빈소에는 늘 후배들을 보살피던 고인을 기억하는 문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연합]

“오직 너를 위하여 /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 기쁨이 있단다 / 나의 사람아” (김남조 시인 ‘너를 위하여’ 중)

한 평생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노래해 ‘사랑의 시인’이라고 불린 김남조 시인이 별세했다. 향년 96세.

11일 문단에 따르면, 김 시인은 10일 오전 숙환으로 타계했다.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시절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발표한 이후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다수의 시집을 출간하며 사랑과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써냈다.

‘겨울바다’는 2020년과 2023년 수능 문학 특강편에 실리면서 젊은 세대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됐다.

고인은 여성 시인이 매우 드물던 1950년대에 첫 시집 ‘목숨’을 낸 이후 지금껏 1000편 이상의 시를 쓰며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등단 71년차인 지난 2020년에는 마지막 시집인 ‘사람아 사람아’를 내기도 했다. 당시 고인의 나이는 93세였다.

그는 또 후학을 양성한 교육자이기도 했다. 한국전쟁 기간이었던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마산 성지여고, 마산고, 이화여고 교사를 지냈으며, 이후에는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를 지내며 신달자 시인 등 수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다.

이 밖에도 고인은 한국시인협회장, 한구가톨릭문인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 생전 문학 업적을 인정받아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고인의 남편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로, 광화문광장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등을 작품으로 남긴 고(故) 김세중(1986년 작고)이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녕(김세중미술관 관장)·김석·김범(설치미술가) 씨, 딸 김정아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에 차려졌으며, 11일 오전에 23호실로 옮겨진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2일, 장지는 경기 양주 천주교청파묘원이다.

한편 지난 10일 저녁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에는 고인을 기억하는 문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숙명여대 학부부터 대학원 박사 과정까지 사제 간으로, 또 등단 이후에는 후배 시인으로서 60년 이상 인연을 맺어온 신달자 시인과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신달자 시인은 “선생님은 참으로 신비로운 분”이라며 “평소엔 참 부드러우시다가도 시에 대해서만큼은 무척 엄격하셨다”고 회고했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도 “고인은 사대 출신 후배 문인들을 많이 챙겨주셨고 형편이 어려운 문인들을 알게 모르게 많이 도와주셨다”며 “내가 고인을 한국 시단의 어머니라고 표현했는데, 문학적으로 뿐만이 아니고 실제로도 후배들에게는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