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 만나려다 끌려가고, 48년 동안 어머니와 생이별…진실화해위, 형제복지원 피해자 사례 공개
2023-10-12 19:43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4명의 가족 상봉 및 생사 확인 사례를 공개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A(48)씨는 1981년께 아버지 지인의 양녀로 들어갔다. A씨는 친부모가 보고 싶은 마음에 예전 집에 찾아가는 길에 단속에 걸려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되고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됐다.

이후 A씨는 진실화해위에서 조사받다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국민학교와 가족의 이름 등을 진술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를 근거로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추적해 어머니와 형제자매 4명의 생존 사실을 확인했고 지난 8월 언니에게 연락처를 전달했다.

1982년 1월 어머니와 함께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안종환(48)씨는 6개월 만에 다른 시설로 옮겨지며 어머니와 헤어졌다.

진실화해위는 안씨의 주민등록 자료를 근거로 형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여전히 생사 확인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아원 탈출 과정에서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유모(56)씨 또한 진실화해위의 도움으로 지난 1월 어머니를 48년만에 상봉했다.

가족들이 진실화해위와 함께 끈질긴 추적 끝에 피해자를 찾았으나 이미 숨져 만나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소아마비를 앓던 이접용 씨는 1982년께 이름과 생년월일이 다른 '가짜 호적'으로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가족들이 행방불명된 이씨를 지난해 9월 40년 만에 찾아냈으나 그로부터 두 달 전 요양원에서 무연고자로 쓸쓸히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가족과의 상봉을 원하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수십명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두 차례 진실규명하며 모두 337명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과 고아 등을 불법 감금한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강제노역과 구타, 암매장, 성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가 자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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