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본관에서 바라본 공장 전경. [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석유화학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요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물론 범용 플라스틱인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누적된 증설 등은 여전히 부담이지만 견조한 수요가 이어진다면 업황이 바닥을 지나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의 에틸렌 수요(생산량+수입량-수출량)는 420만t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5% 늘어났다. 프로필렌 수요도 전년 8월보다 23.4% 늘어난 457만t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8월 기준 최고 수준으로 국경절을 앞두고 재고 축적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PP와 PE의 수요 역시 각각 352만t, 307만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7%, 17.8% 많았다. 9월 수요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석유화학 수요가 늘어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월 중국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6%, 4.5% 반등했고 소비자물가지수도 마이너스를 벗어났다. 또 9월 중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0.2를 기록하며 5개월 만에 확장 국면으로 전환됐다.
중국의 화학제품 수입 증가 영향으로 석유화학 시황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고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80% 수준이었던 국내 NCC(나프타분해시설) 가동률은 최근 90%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등을 뺀 값)도 이달 6일 기준 t당 222.3달러로 한 달 전인 지난달 8일 124.5달러 대비 크게 회복됐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250~300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약 3개월간 100달러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다만 유가는 변수다. 지정학적 위기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안정화 흐름을 보이고 있었으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무력 충돌로 또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 불안정성이 다시 확대되면 수요 개선도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프레드 개선으로 화학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가져도 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2020년 이후 누적된 증설과 중국의 가격 경쟁력 우위를 고려했을 때 업황이 과거와 같이 빠르게 반등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석유화학업체의 3분기 실적은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프타·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및 래깅효과(시차효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업황 악화를 고려하면 유의미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긴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3분기 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분기 130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비슷한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446억원의 영업손실로 2분기(770억원) 대비 적자 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893억원, 31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17.3%, 36.7% 줄어들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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